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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카푸어' 양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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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카푸어' 양산 우려

입력
2013.12.2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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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차 직장인이던 이모(31)씨는 지난 2011년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를 구입했다. 5,000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급차량이라 이씨의 월급으로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차 값의 30%인 1,500여만원을 선납한 후 36개월간 매달 39만원을 내면 된다는 말에 구입을 결심했다. 당시 이씨는 3년 뒤 차 값의 60%를 한꺼번에 내야 한다는 설명도 들었지만, 당장 고급 수입차를 비교적 싼값에 몰 수 있다는 사실에 혹해 꼼꼼히 따져 보지 않았다.

이씨는 최근에야 이제 두 달 후면 36개월의 할부기간이 끝나 3,000여만원을 한 번에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차량을 중고로 팔고 그 돈으로 잔액을 지불하기로 결심했지만, 중고시세는 신차가격의 50%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차를 팔아도 추가로 550여만원을 더 들여야만 할 형편이다. 이씨는 "보험비 수리비 등 유지비가 많이 들어도 외제차를 탄다는 생각에 버텨 왔는데 내년이면 돈은 돈대로 나가고 차는 차대로 사라지게 됐다"며 "흔히 말하는 '카푸어(car poorㆍ자동차 원금을 갚지 못하고 시달리는 소비자)'가 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씨가 차량을 구매한 방식은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금융상품을 통해서였다. 수입차를 구매할 때 차 값의 일부를 내고 이자와 원금의 극히 일부만 36개월간 불입하면, 남은 차 값은 3년 후 한꺼번에 갚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씨처럼 30%의 선입금과 60%의 유예금이 정해지면 남은 10%에 해당하는 원금과 이자를 36개월에 걸쳐 내고, 마지막 달에 남은 금액을 한꺼번에 갚아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수입차 업체들이 계열여신전문금융회사(할부ㆍ리스사)와 함께 2010년 본격 도입한 것으로, 차량 구매단계에서 목돈이 들지 않기 때문에 젊은층의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이 '카푸어'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프로그램 도입 3년이 지난 올해부터 잔여 원금상환 만기가 대거 도래하는데, 그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차량을 구입하며 수입차 시장을 선도했던 20대 젊은 층들은 원금을 갚을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향후 만기가 도래하는 자동차 유예할부 예상 금액은 올해 2,204억원, 내년 2,566억원, 2015년 2,331억원에 달한다.

실제로 이 영향으로 인해 20대의 수입차 구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2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등록된 수입차 1만3,853대 가운데 20대 연령층이 구매한 차량은 838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 줄어들었다. 계속 늘어났던 20대 수입차 구매대수는 지난 8월 44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10월을 제외하곤 계속 하향세다.

지난해 20대의 수입차 구매대수 증가율은 무려 49.5%. 전 연령대를 통틀어 1위였지만, 올해는 10.1%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의 높은 보험비와 수리비 등 유지비만으로도 버거운 20대들에게 유예할부의 만기도래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카푸어 폐해가 신차 구매 심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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