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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변 볼 틈도 안 주는 미국 군복 제조 해외공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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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변 볼 틈도 안 주는 미국 군복 제조 해외공장들

입력
2013.12.2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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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도중 화장실 가는 시간이 부족해 때론 미싱 앞에 앉아 옷에 변을 지리기도 한다."

미국 연방정부의 하청을 받은 해외 의류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 노동자가 뉴욕타임스(NYT)에 밝힌 내용이다. NYT는 최근 14개월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해외공장의 노동ㆍ환경 조건을 개선하겠다고 언급했지만 미 연방정부의 주문에 따라 연간 15억달러(1조6,000억원) 규모의 의류를 생산하는 각국 공장의 노동조건과 노동자 인권문제엔 전혀 관심이 없다며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최대의 해외 의류 구매 당사자인 미국의 경우 군인은 물론 공항ㆍ항만 등 공공분야 관련 인력이 필요한 의류 또한 대부분을 해외에서 구매한다. 미 연방정부의 의류하청 국가는 방글라데시, 태국, 도미니카공화국, 아이티, 멕시코, 파키스탄, 베트남 등이다.

NYT는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들의 인권상황이 가장 심각하다고 전했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의류생산국인 방글라데시는 400만명 이상이 의류산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악명이 높다. 미 해병대의 상징을 새긴 옷을 생산하는 방글라데시 공장의 직원 3분의 1은 어린이이고, 또 다른 공장에선 직원의 65%가 맨발 상태에서 일한다. 직원의 절반가량은 마스크가 없어 솜으로부터 나오는 먼지에 여과 없이 노출돼 산업재해 위험도 크다.

특히 대부분 공장에선 화재경보 장치가 없어 사고 시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수도 다카 외곽의 의류공장에서 불이 나 1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 4월엔 8층짜리 라나 플라자 의류공장 건물이 갑자기 무너져 무려 1,100명이 숨지기도 했다.

태국 치앙마이의 한 공장은 직원이 불량품을 생산하면 가뜩이나 쥐꼬리만한 일당(10달러)에서 5%를 깎는가 하면, 공장 매니저의 직원들에 대한 신체적인 학대도 잦다. 미 공군 옷을 만드는 캄보디아 프놈펜 공장에선 화장실에 가는 시간이 한정돼 있어 직원들이 곤욕을 치러야 한다.

NYT는 이들 나라 의류공장의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건 미 연방정부가 공장 직원들의 인권탄압에 대한 조사착수에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가 늘어나면서 미 연방정부가 열악한 노동조건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점점 더 싼 공장으로 하청을 옮기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실제로 미 정부는 3년 전까지만 해도 푸에르토리코에 시간당 7.25달러의 최저임금을 주고 군복 생산을 맡겼으나 2011년부터는 도미니카공화국(80센트), 아이티(72센트) 등으로 주문을 계속 옮기고 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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