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에 파병된 우리 한빛부대가 일본 자위대로부터 소총 실탄 1만발을 지원받은 것을 계기로 한일 양국이 지난해 중단된 군사협정 체결에 다시 나설지 주목된다.
정부는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일본이 군수지원에 나선 것에 대해 내심 곤혹스러운 가운데 이번 사건의 파장을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지 파병부대장의 판단에 따른 일회성 해프닝이기 때문에 일본과의 군사협력 강화로 확대 해석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탄약 지원은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했거나 집단자위권에 멍석을 깔아놨다는 것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우리는 어디까지나 유엔 남수단임무단(UNMISS)에 실탄 지원을 요청했고, 유엔 결정에 따라 유엔 항공기로 회원국인 일본의 실탄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며 "이번 지원과 한일 간 군사협정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대로 해프닝에 그칠지 의문이다. 우리 해외파병부대가 먼저 손을 내밀어 일본 측이 호응해 온 만큼 향후 일본이 한국과의 군사협력 필요성을 강조할 경우 마냥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지속적으로 한일관계 개선을 촉구하고, 북한 정세의 불안까지 겹쳐 정보교류가 절실한 상황인 점도 우리에겐 부담이다.
이에 내달 서울에서 열릴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가 관심이다. 원래 이달 23일 열기로 우리 측이 제안했지만 일본측의 일정이 맞지 않아 연기된 회담이다. 이번 대화에서는 당초 한일정상회담을 비롯한 관계개선 방안이 다뤄질 것으로 관측됐지만 남수단의 군사지원으로 인해 상호 군사협력 방안도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일 양국은 2011년 1월 국방차관 회담을 통해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상호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특히 군수지원협정은 이번 남수단의 경우와 같이 유엔 평화유지군(PKO) 파병부대간 지원이나 재난구호 등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이 회담을 계기로 협정 체결에 탄력을 받았고 지난해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면서 공감대가 커지는 듯 했다.
실제 당시 국방부는 "우리에게 더 필요한 협정이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국민정서를 무시하고 '밀실처리'라는 꼼수를 두다 지난해 6월 끝내 무산됐다. 이후 한일 간 군사협정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따라서 정부로서도 당장 군사협력에 나서기 보다는 좀더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남수단 사건이 군사적으로는 해프닝에 그치겠지만 한일관계의 외교적 차원에서 보면 이를 계기로 상호 안보협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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