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에 힘입어 다시 소통의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대자보가 성균관대에서 잇달아 철거됐다. 학생들은 '시대 착오적인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4일 성균관대 학생단체 '프로젝트 류'에 따르면 학교측은 이 단체가 붙인 대자보를 통보없이 철거했다. 철거된 대자보는 '류승완 박사에 대한 학교의 해고는 부당하다'는 내용으로 지난 10월부터 최근까지 인문관과 중앙 게시판에 붙인 5건 중 4건이다. 이 대자보들은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이틀 만에 별다른 설명없이 철거됐다.
성균관대 시간강사였던 류 박사는 "학교 정책과 재단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강의가 취소됐다"며 2011년부터 2년 가까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올해 7월 동양철학ㆍ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채용됐지만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학교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9월 계약이 해지됐다.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대자보를 붙였던 학생들은 "지난 11일 대자보를 떼고 있는 경비원에게 항의했더니 '지시대로 하는 거다. 어쩔 수 없다'고 했다"며 학교측의 일방적 조치를 비판했다. 학교 측은 "대자보 게시 공간이 한정돼 일정기간이 지난 것은 떼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해당 대자보들은 게시된 지 하루도 안 돼 철거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반발했다.
학내 언론 '고급 찌라시'도 지난달 총학생회 선거에 학교가 부당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학교의 사과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이달 8일 중앙 게시판에 붙였지만 곧 철거됐다.
학교 측은 다음 날 이를 철거한 뒤 '내용이 사실과 달라 대자보를 보관하고 있으니 학교 관리팀으로 연락하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학교 측은 "선거 개입은 와전된 것으로 대자보 내용이 허위인데다 연락처가 적혀있지 않아 철거 후 안내문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치러진 성대 총학생회 선거에는 비운동권 후보가 단독 출마했는데 학교측이 투표소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등 투표율을 높여 비운동권 후보를 밀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달 초 성균관대는 학보 '성대신문'이 총학생회 선거에서 유권자 신원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1면 기사를 바꾸라고 요구하며 인쇄까지 마친 신문의 배포를 불허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성대신문은 올해 10월에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관련 기사를 실으려 했으나 "팩트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주간 교수가 결호(缺號)를 선언해 정간됐었다.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학생 단체와 단과대 학생회들은 '학교는 대자보를 뗄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입장을 밝히라'는 대자보를 학내 10여 곳에 붙이고, 표현의 자유 침해를 규탄하고 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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