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주 기업은행 부행장의 은행장 내정으로 역사상 첫 여성 은행장이 나왔지만 금융공기업에서 여성은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어도 유독 금융권에서 여성은 수장은 고사하고 임원에 오르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24일 본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분석한 결과,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산하 금융공기업 12곳의 여성 임원은 단 1명에 불과했다. 기관장과 감사 등의 공석(6개)까지 포함해 총 125개의 임원 자리 중에 노정란 자산관리공사(캠코) 상임이사 외에 여성은 찾아 볼 수 없다. 비율로 따지면 0.8%에 불과한 수치다.
이는 공공기관 288곳의 여성 임원 비중 9.1%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렇지 않아도 선진국에 비해 적다는 지적을 받아온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중도 금융공기업보다는 높은 2% 안팎이다.
기관장 포함 감사 이사 등 임원이 가장 많은 금융공기업은 16명인 캠코인데, 현재 공석인 감사 자리를 빼면 14명이 남성이다. 그나마 여성인 노정란 이사를 임원에 앉혀 체면치레는 하고 있다는 평가다.
작년 직원 1인당 평균 보수액이 1억1,358만원으로 가장 높은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조폐공사 등도 10명이 넘는 임원진으로 구성됐지만 여성의 이름은 찾아 볼 수 없다. 금융공기업 임원의 연봉이 1억~5억원대라는 점에서 고위직에 앉았다는 명예와 고액연봉은 남성들만의 전유물인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금융공기업에 깔려 있는 '유리 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은 깨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기관장과 감사 등의 조직 1, 2위 자리는 주로 관료들이 나눠 먹는 자리라는 게 통설. 매번 금융공기업 임원 자리가 빌 때마다 기재부 금융위 감사원 출신들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즉 앞으로도 전현직 고위관료들이 금융공기업 임원이 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기재부, 금융위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 50여명 가운데 여성은 단 1명도 없다. 퇴직한 고위관료 출신 중에도 여성은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내부 출신 여성 직원이 성장해야 한다는 얘긴데 유럽연합 등에서 논의하고 있는 여성 임원 할당제 등과 같은 강제성이 없다면 권선주 기업은행장 내정자와 같은 사례는 금융공기업에서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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