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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에 충실한 디자인 넘어 사람 감동케 하는 디자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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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에 충실한 디자인 넘어 사람 감동케 하는 디자인 필요"

입력
2013.12.2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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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나 '힐링'처럼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모든 보고서에 만능 열쇠처럼 쓰이던 때가 있다. 디자인이란 말이 개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담보한다는 믿음은 클린 디자이너,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 같은 못미더운 신조어를 잔뜩 양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디자이너들은 단어의 의미를 정제하고 축소하는 추세다. 디자인 과잉 시대에 접어든 지금, 필요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세계적인 주방용품 브랜드 알레시의 디자이너 마리오 트리마르키는 "무엇을 위해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1999년 아내 프리다 도베일과 함께 이탈리아 밀라노에 디자인 스튜디오 프래자일을 설립한 그는 건축, 산업, 그래픽, 소재, 사진 등 모든 디자인 분야를 아우르는 작업을 해왔다. 18~22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3서울디자인페스티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그에게 디자인의 미래를 물었다.

-오늘날 새로운 디자인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이유가 무엇인가

"디자인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불필요한 디자인이 쏟아지고 있다. 젊은 디자이너들은 빨리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에 마구 제품을 만들어내지만 '무엇을 위해서 디자인하는가'라는 질문이 선행돼야 한다. "

-당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꽃병 인탄토는 어떤 생각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나

"인탄토는 죽음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꺾여서 화병에 담긴 꽃은 죽은 것인가 산 것인가에 대한 의견은 문화권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꽃에 향이 있는 한 살아 있다고 보고, 꺾인 즉시 죽은 것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인탄토는 잘린 꽃이 완전히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겪는 시간, 인간으로 치면 식물인간과 같은 시기를 형상화했다. 철제 프레임 속 유리병 안에 꽂힌 꽃은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유리병 속 무중력 상태는 흙에서 뿌리 뽑힌 시점부터 다음 생으로 이동하기 전까지 꽃이 처한 시간의 좌표다. 인탄토는 '지금이 아닌 또 하나의 시간'이라는 뜻이다. 죽음이란 주제는 디자인과 전혀 무관할 것처럼 보이지만 이처럼 밀접한 관계를 갖기도 한다.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은 또 무엇이 있나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탄토의 유리병은 정교하게 제작돼 꽃이 일정 높이를 넘어가면 병이 옆으로 살짝 기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균형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 꽃병에는 한 송이만 꽂을 수 있는 것과 여러 송이를 꽂을 수 있는 것이 있는데 여기에도 생각이 개입한다. 선물할 때 여러 송이의 꽃은 위험 부담이 적지만 한 송이 꽃으로 모든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구에게 어느 정도 크기의 마음을 줘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늘날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은 차고 넘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감동케 하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불러 일으키고 싶은 생각은 무엇인가

"지속성이다. 물건을 살 때 영원히는 아니더라도 평생 사용할 수 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지금 디자인 업계의 고민은 디자인이 유행으로서 소비된다는 것이다. 트렌드에 휩쓸리지 말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숙제다. 프래자일은 올 한해 동안 '수리가 가능한가'라는 주제 아래 20개국의 기업가, 사회운동가, 디자이너에게 물건 수리에 대한 의견과 방법을 묻는 리서치를 진행했다. 이 내용은 책으로 묶여 기업과 시민단체에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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