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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숫자 줄이자" 금융당국 M&A 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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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숫자 줄이자" 금융당국 M&A 독려

입력
2013.12.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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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NH농협금융으로 정해지자 시장의 관심은 나머지 증권사 매물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60여개가 난립한 증권업계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당국이 우투증권 인수 후보 중 NH농협금융을 사실상 지지한 이유 중 하나가 NH증권과 합병해 증권사의 '숫자'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매물로 내놓은 후 10위권 내 증권사 중에 매물로 나온 회사는 네 곳으로 늘어났다. 이중 우투증권이 24일 새 주인 후보를 찾았고, 동양증권과 KDB대우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동양증권은 이미 매각 작업을 진행중이고, KDB대우증권은 산업은행이 아직 매물로 내놓지 않았지만 우리투자증권 매각 후 M&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동양증권의 경우 동양 사태의 여파로 과거 '자산관리 명가'의 명성이 많이 퇴색했고, 그룹 계열사의 투자부적격 채권을 대규모로 불완전 판매해 5만명이나 되는 피해자가 생김에 따라 소송 리스크도 크다. 하지만 이 때문에 매우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현대증권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투자은행(IB) 조건을 갖춘 대형사라는 점이 강점이다. 특히 대주주인 현대상선이 가진 지분(24.1%) 가치가 3,600억원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도 1조원대인 우투증권에 비해 크게 싸다. 이미 증권사를 갖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나 현대중공업그룹 등이 인수 의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합병을 통해 증권사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트레이드증권, 리딩투자증권, 골든브릿지증권 등 소형사도 매물로 나와 있지만, 일단은 대형사 매물이 팔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하지만 이처럼 매물이 많다 보니 시장은 점차 매도자가 아닌 매수자 우위의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KB금융지주의 경우 우투증권 인수를 위해 처음에는 적극적이었지만 국민은행 도쿄지점 비자금 사태가 터지고 동양증권이 매물로 나온 후부터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시장에서는 평가해 왔다. 우투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를 결정하기 위한 우리금융 이사회가 열린 24일에는 이사회에 앞서 KB금융지주가 우투증권 인수를 포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가 KB금융이 부인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업계에선 KB금융이 해당 보도를 부인했지만 동양증권뿐 아니라 현대증권까지 매물로 나오면서 사실상 인수 의지가 퇴색된 것은 사실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례 없는 증권업 불황 속에 대형사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드디어 증권업계에 구조조정이 가능한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다만 단순한 주인 바꾸기가 아니라 국내 증권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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