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는 산업물류의 중추 수단. 파업이 16일째로 접어들면서 산업계의 물류난도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화물열차에 운송을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시멘트 업계는 출하량 급감으로 물류기지 재고가 바닥나, 일주일도 채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24일 업계 따르면 화물열차 운행율이 30% 초반대로 떨어져 제품 출하 및 원료수급에 차질이 계속됨에 따라 강원 충청 등 지역의 시멘트 공장들이 속속 가동 중단에 들어가고 있다. 충북 제천시 아세아시멘트 공장에는 시멘트 출하가 되지 않아 전체 5만톤 규모의 저장고 중 이미 4만4,000톤이 가득 차 있다. 이미 열흘 전부터 공장가동을 제한하고 덤프트럭 등 육로 운송 비율을 20%대까지 높였지만, 이마저도 수요가 몰려 제한적이다.
원료인 유연탄 수급도 막혔다. 현대시멘트 영월공장의 경우, 유연탄 비축량 부족으로 시멘트를 생산하는 소성로 2기 가운데 1기를 멈췄다. 이에 따라 매일 공급되던 1,000톤 가량의 유연탄이 파업 후 절반으로 줄었다. 쌍용양회 영월공장도 이틀에 한 번 약800톤의 유연탄을 공급 받았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는 상태다.
건설ㆍ토목 공사 현장의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시멘트 공급 차질로 레미콘 공장 가동률 역시 저하될 수 밖에 없기 때문.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동절기를 맞아 전국에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데, 이번 파업으로 전체 공정이 지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료와 제품이 국내외로 들고나는 관문인 의왕컨테이너기지(ICD) 역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총 4만5,000톤(TEU)의 수용규모 중 평소 60%대였던 수용률이 최근 2% 가까이 상승한 것. 일반적으로 수용률이 70%를 넘어서면 작업 효율성이 떨어지는 건 물론, 안전사고도 우려된다. 이밖에 연탄의 원료가 되는 무연탄 업계도 수송 차질로 강원 태백시 등 일부 영업소에선 보름째 운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관세청은 이날 사태 장기화로 입을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수출 화물에 대해 선적 의무기간을 60일까지 연장 해주고, 시멘트 석탄 등 수입원재료의 적기 공급을 위해 이들 원재료를 적재한 외국 선박이 국내 기업이 위치한 인근 항만에 하역 할 수 있게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철도파업이 격화되는 만큼 산업계 우려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은 물론 수출입에도 차질을 빚는 등 전방위로 막힌 상황”이라며 “어렵게 살아난 경기회복 조짐이 다시 사그라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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