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은 노후 즉, 은퇴시점이 다가올수록 심경의 변화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고 한다. 은퇴를 앞둔 10여 년 전에는 은퇴 후 삶에 대한 막연한'꿈'그리고 '상상'을 가지게 되지만 은퇴시점이 다가올수록 숨겨진 감정 즉, '우울'과 '분노'를 표출하고 결국은 자신의 현재의 삶을 그냥 수용해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의 경우 그간 돈을 버는 경제적 주체이다가 은퇴와 함께 자신의 경제적 주체로서 존재감이 사라지게 되면서 은퇴 후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여러 측면(금전, 시간, 건강 등)에서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막연하게 은퇴 후의 삶에 대해 동경하기 보단 은퇴준비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어떻게 예습(豫習)하고 준비해야 해야 할 것인가. 중국 송나라 주신중(朱新仲)이라는 신화는 '인생 5계'를 통해 사람이 한평생 살아 가면서 다섯가지 계획을 올바르게 세워야 한다고 얘기한다. 인생오계를 통해 노년의 삶이 꿈이 되고 현실이 되는 5가지 계획을 재해석 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생계(生計) 이다. 은퇴 후 내가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계획인데, 직업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난 10월 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의 날이었다. '노인의 날'에 발표된 유엔 산하단체 헬프 에이지(Help Age)조사자료에 의하면 조사대상 91개 국가 중에서 한국의 노후소득 수준이 90위로 최하위권이었다. 반면, 건강은 오히려 8위를 차지해 세계에서 가장 노후가 가난한 나라지만 건강은 가장 좋은 상태로 노후의 삶이 균형 잡혀 있지 못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은퇴 이후에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캐시 플러어(Cash Flow)를 만들어내는 은퇴소득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것이 일반적이다.
둘째는 신계(身計)이다. 정신ㆍ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살기 위한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81세지만 건강수명은 72세로 병치레로 8~9년 정도를 병상에서 보내는 짧지 않은 시간이 존재하고 있다. 100세 시대는 건강한 사람에게 기쁨과 축복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가족 모두에게 고통이다. 나이 들면 이구동성으로 건강이 최고의 자산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는 노계(老計)이다. 어떻게 하면 자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당당한 노후를 보낼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공적연금을 받는 고령자는 전체 고령자의 35%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월평균 연금 수령액이 30만 원도 채 안 된다. 노후의 삶이 꿈이 되고 상상이 되는 것은 현재 준비상태에 따라 좌우된다.
넷째는 가계(家計)이다. 노부모와 자식문제 그리고 부부간 갈등, 가족문제 등을 잘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현상이 노노(老老)상속과 부모 부양의 문제다.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부양을 조건으로 자식에게 재산을 이전해주는 웃지 못할 현실이 지금 발생하고 있다. 평생 땀 흘려 모은 재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자식에게 물려주려면 상속에 대한 사전계획도 필요한 것이다.
다섯째는 사계(死計)이다. 인생의 아름다운 마침표. 은퇴 후 무엇을 하고 무엇을 남기고 어떤 모습으로 떠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다. 몇 년 전 아흔을 바라보는 어느 은퇴자가 한 말이 기억난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그러나 난 준비 없이 노후를 맞았다. 그러고 보니 모든 게 후회뿐이다. 65세 정년퇴직하고 직업 없이 산 게 벌써 20여 년이다. 지금이나마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지, 무엇을 남기고 떠날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이 같은 회고의 말은 지금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노후의 삶이 단지 돈이 아닌 가치의 관점에서 새로운 은퇴준비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위원 ,C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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