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성악가로 알려진 윤심덕(1897~1926)이 부른 국내 최초의 캐럴 '파우스트 노엘'(1927)이 86년 만에 공개된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씨는 24일 "최근 음반 수집가 이경호씨가 소장하고 있던 윤심덕의 '파우스트 노엘' SP 음반(LP가 등장하기 전의 축음기 음반)을 복원해 음원으로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음반의 존재는 박씨가 2010년 쓴 책 을 통해 알려졌지만, 음반에 금이 가 있어서 재생이 불가능했다.
'파우스트 노엘'은 '저 들 밖에 한밤중에'라는 제목으로 유명한 캐럴 '더 퍼스트 노엘'을 우리말로 번안해 윤심덕이 자신의 대표곡 '사의 찬미'와 비슷한 창법으로 부른 곡이다. '파우스트'는 영어 '퍼스트(first)'의 당시 표기다.
윤심덕은 1926년 일본에서 동생 윤성덕의 피아노 반주로 이 곡을 녹음했으며 이듬해 일본의 일동축음기주식회사가 '제비표 조선레코드'라는 레이블로 국내에 발매했다. 음반 한 면에 한 곡씩 수록됐는데, 다른 한 곡은 '푸른 갈릴리'다. 도쿄음대 성악과 출신인 윤심덕은 일본에서 이 곡과 '사의 찬미' 등을 취입하고 돌아오는 길에 현해탄에 투신했다.
박씨는 '파우스트 노엘'을 강원 춘천시 남이섬 노래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작곡가 박시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 전시'의 하나인 28일 '박성서의 토크 콘서트'에서 대중에 처음 공개한다. 디지털 음원의 일반 공개 여부는 음반 소유자와 추후 논의할 예정이다.
박씨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귀중한 자료들이 개인 소유로 분산돼 있지만 후대에 남기기 위해선 이러한 사료들을 집대성해서 문화유산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