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라서 다른 것일까, 다르니까 비욘세인 걸까. 아무튼 21세기 최고의 팝스타라는 칭송에 어울리는 깜짝 쇼였다. 꽁꽁 숨긴 상자 속에서 튀어 나온 선물처럼 '여왕벌(Queen Bey, 비욘세의 애칭)'의 갑작스런 등장은 입이 딱 벌어질 만했다. 사전 공지나 예고는 물론 눈곱만큼의 암시도 없이 13일 자정에 새 앨범 '비욘세'를 공개한 것이다. 올해 안에 새 앨범이 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했던 한여름의 뉴스는 연막작전이었던 셈이다.
007 작전만큼이나 놀라운 건 '비주얼 앨범'이라는 콘셉트였다. 아이튠스에 독점 공개된 새 앨범에는 14곡이 수록됐는데 뮤직비디오는 그보다 세 곡이 더 많은 17편이 담겼다. 뮤직비디오 앨범에 음원이 보너스로 수록된, 주객이 전도된 작품인 것이다. '고스트' '욘세' '그론 우먼' 세 곡은 뮤직비디오가 없으면 들을 수 없다.
예고 없는 앨범 발매와 전곡 비디오 제작은 사실 비욘세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달 힙합 그룹 데스 그립스는 이 같은 방식을 쓴 데다 심지어 '무료'로 공개했지만, 인디라는 한계 때문에 비욘세만큼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진 못했다.
비욘세는 비주얼 앨범을 기획한 것에 대해 "음악을 보는 것은 듣기만 하는 것 이상"이라며 "무언가와 연결되면 즉각적으로 어떤 느낌이나 감정과 연관된 시각물이나 일련의 이미지를 본다. 그 모든 것이 음악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했던 대로 내 음악을 내놓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방식은 따분하잖아요. 팬들과 직접 대화하고 싶었죠. 내 음악과 팬들 사이에 어떤 것도 끼어들게 하지 않고 싶었어요."
비욘세의 기발한 마케팅 기법은 적중했다. 디지털 음원은 1주일간 개별 구매를 할 수 없게 했고 앨범 전체를 15.99달러(약 1만 7,000원)에 살 수밖에 없도록 했다. "휴대전화로 몇 초만 듣고 넘기는 등 앨범 전체를 듣는 일에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지 않는 세태"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발매 3일 만에 전 세계에서 82만 8,773개의 디지털 앨범이 팔려나갔고 곧바로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으로 직행했다.
아이튠스를 끌어 안은 독점 공개 방식은 주효했지만, 경쟁사인 아마존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음원 공개 1주일 뒤부터 CD 판매가 이어졌지만 애플에 독점권을 준 것에 반발해 아마존은 음원만 판매할 뿐 CD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비욘세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지만, 비욘세의 새 앨범에는 적절하지 않는 표현인 듯하다. 평단이 쏟아내는 극찬이 오히려 좀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다. 빌보드는 평론가들의 의견을 모아 올해 최고의 앨범으로 추대하며 "확신에 차 있고 절제할 줄 알며 섬세한 동시에 사려 깊은 여성이 만든 앨범"이라고 평했다. 미국 음악 리뷰 사이트인 올뮤직닷컴도 "창의적으로나 상업적으로 비욘세가 정점에 이른 앨범"이라고 상찬했다. '비욘세'는 23일 국내에도 음반으로 발매됐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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