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인천 부평구 십정동 인천혜광학교 강당.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이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교사들이 하나 둘 무대 위로 올랐다. 턱시도를 차려 입고 바이올린, 비올라 등 악기를 손에 든 이들은 혜광학교 심포니 오케스트라단이다.
혜광학교 오케스트라단은 영화 '시네마 천국'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을 연주하며 이날 혜광학교 성탄 음악회 첫 무대를 장식했다.
강은주 혜광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앞을 보지 못해 지휘자 선생님이 앞에 서서 지휘하지 않고 수신기를 통해 음성으로 연주를 이끌었다"며 "아이들은 자신이 연주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곡 전체를 외워야 했다"고 말했다.
2011년 창단한 혜광학교 오케스트라단은 그 동안 비장애인 교사들이 일부 연주자로 참여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50여명의 단원을 시각 장애인들로만 꾸렸다. 이들은 올 5월부터 성탄 음악회를 준비했다. 악보를 보지 못한 채 곡을 접하고 연주를 익히려다 보니 한 곡을 배우는 데만도 수개월이 걸렸다.
이날 연주회에는 혜광학교 학생들과 인연을 맺고 있는 인천예술고 학생들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은 박기화 인천예고 교사와 인천예고 학생들은 지난해부터 방학이면 혜광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합창, 악기 연주 등을 가르치는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인천예고 합창단과 혜광학교 앙상블팀은 '크리스마스 모음곡' '그리운 금강산' 등을 함께 불러 음악회를 찾은 학부모와 혜광학교 후원자 등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바이올린을 연주한 혜광학교 중학교 3학년 박지훈군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주를 할 수 있어 더 특별했다"며 "연습량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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