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대검찰청과 경찰청 고위 관계자들이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났다. 올해 마지막 검경 수사협의회였지만 양측 모두 고위직 인사를 코 앞에 둔 상황이어서 수사권 조정에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식사를 겸한 의례적인 인사 정도로 이날 자리는 마무리됐다.
박근혜정부 첫 1년간 수사협의회는 주요 현안인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양측 주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박 대통령 임기 안에 결론이 도출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올해 고위급이 참석한 검경 수사협의회는 세 차례, 실무자 차원의 수사실무협의회는 다섯 차례 열렸다. 실무협의회를 포함해 모두 13회 회의를 연 지난해에 비해 60% 수준으로 축소된 것이다. 안건도 수사권 조정의 본질은 건드리지 못하고 검찰 직접 수사 시 피의자 호송, 인치 등 지엽적인 사안에 그쳤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검찰과 경찰을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관계로 재정립 ▦검찰의 직접 수사기능 축소 등 수사권 조정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 이는 인수위원회를 거치며 '국민 편익 관점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국가 수사시스템 설계'로 발전돼 국정과제로 채택되기도 했다. 이어 국무조정실(전 국무총리실)은 지난 5월 말 법무부에서 제출한 안을 바탕으로 국정과제 실행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에 관한 검찰과 경찰의 시각 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법무부가 마련한 수사시스템 설계 연차계획은 올해 실태를 분석한 뒤 2017년까지 '검경간 합리적 역할을 모색한다'는 게 전부다. 치열한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을 거쳐 2011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됐으니 이후 달라진 수사 실태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 편익과 밀접한 문제인 만큼 엄밀하게 실태를 분석한 뒤 자료를 놓고 논의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2005년부터 쟁점이 돼 실태를 파악하고 논의를 해왔는데 올해 다시 분석하고 내년부터 4년간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계속 모색만 한다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대신 경찰은 '외부 전문가들로 이뤄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논의 기구'를 설치할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검경의 대립이 되풀이되고 있는 데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국무조정실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국무조정실은 검찰의 직접 수사 사건 피의자를 경찰이 호송, 인치하며 불거진 양측의 갈등조차 2011년 중재에 나선 이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다섯 차례 열렸던 국무조정실 주관 검경 회의가 올해는 한 번 개최되는 데 그쳤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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