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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노·정 충돌] 경찰 5500명 동원하고도 허탕… "무리한 작전 누가"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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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노·정 충돌] 경찰 5500명 동원하고도 허탕… "무리한 작전 누가" 책임론

입력
2013.12.2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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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2일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첫 공권력 투입이란 무리수를 두고도 철도노조 지도부는 단 한 명도 검거하지 못한 데 대해 수뇌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무려 5,500여명을 동원해 12시간 동안 벌인 이번 체포 작전에서 사태의 흐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결정과 부실한 정보력, 상황 판단력 실종 등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 1층 유리문을 깨고 진입한 뒤 좁은 계단을 통해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13~16층까지 올라갔다. 작전 도중 민주노총 사무실에 LP가스통 등 인화물질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가 접수됐다. 자칫하면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당시 야당에서는 2009년 1월 철거민과 경찰 6명이 숨지고 24명이 부상한 '용산 참사'를 거론하며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3층 진입 전 김명환 위원장 등 철도노조 간부들이 민주노총 사무실에 없다는 정보가 경찰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작전을 다시 검토해야 함에도 경찰은 계단에서 사무실로 통하는 철제 문을 노루발 못뽑이(빠루)를 동원, 강제로 열었다. 작전이 끝난 뒤 민주노총 사무실은 물론 건물 곳곳은 부서진 집기 등이 나뒹굴며 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나 다름없었다.

체포 작전이 사전에 노출돼 충돌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강제 진입을 택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통해 민영화 저지를 내세운 철도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여론이 상당한 힘을 얻고 있는 마당에 무리하게 체포를 강행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철도노조 집행부가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20일까지 네 차례 기자회견을 가졌고, 휴대폰 위치추적 등을 통해 위치가 확인됐다"고 진입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21일부터 민주노총 주변에서는 "체포작전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돌아 수배자들이 몸을 피할 시간이 충분했다. 연막 차원에서 휴대폰을 민주노총 사무실에 두었거나 다른 사람이 사용할 가능성 등 여러 변수가 있는데도 경찰은 위치추적 결과에만 집착했다.

23일까지도 경찰은 철도노조 간부들의 행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이들이 언제 건물을 빠져 나갔는지, 아직 건물 안에 있는지 등 어느 것 하나 확실한 정보가 없다. 이들이 경찰 진입 전 빠져 나갔다면 '체포영장이 발부된 당사자들이 현장에 있어 진입했다'는 경찰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작전 중 나갔다 해도 5,500여명을 동원해 건물을 에워싸고 통행 제한까지 하고도 도피를 막지 못한 부실한 경찰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성과도 없이 노-정 갈등만 더욱 악화시킨 실패한 작전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조차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내가 결정했다"고 말했지만 일각에서는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을 지내다 이달 10일 취임한 강신명 서울경찰청장의 역할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강 청장은 불법집회 등에 대해 강력한 공권력 행사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청와대 안에서도 "경찰이 자충수를 둬 일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본청과 서울청 간부들이 모여서 진입을 결정한 것으로 아는데, 결과적으로 한 명도 검거하지 못해 향후 정보, 수사, 경비 등 어느 부서에서 책임을 져야 할 지 난감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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