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행이 불가피해졌다. 채권단이 추가 지원 중단을 결정한데다, 850억원어치 채권을 보유한 군인공제회 역시 원금을 내년까지 회수하지 않으면 쌍용건설 계좌에 대한 가압류 해지는 어렵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쌍용이 회생절차에 돌입하면 국내외 공사 중단과 함께 협력업체 연쇄 도산 등 상당한 파장이 우려된다.
23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이순우 우리은행장과 김진훈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이날 비공개 회동을 갖고, 군인공제회의 쌍용건설 남양주 화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회수 방안에 대해 협의를 했다. 군인공제회는 5일 쌍용 PF 대출 원금과 이자 등 1,235억원(원금 850억원)을 돌려달라고 쌍용의 7개 계좌에 가압류를 걸었다. 공제회는 최근 우리은행과의 협상을 통해 원금은 내년으로 유예, 이자는 2015년 말까지 이자율을 낮춰서 받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날 양 기관 수장의 회동은 기존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채권 상환유예 등 채권단의 결정에 동참해달라"고 한 반면, 김 이사장은 "기존 협의대로 채권을 상환해달라"고 요구했다.
더구나 채권은행 상당수는 군인공제회가 입장을 바꾸더라도 더 이상 쌍용에 지원을 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은 더 이상 어렵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쌍용은 앞으로 4년간 4,800억원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라며 "쌍용이 따오는 해외건설 수주도 거의 이윤이 없고 최근엔 그마저도 따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을 제거해 규모를 줄일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쌍용건설은 마지막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하지 않을 경우 이달 말부터 1,400여개 협력업체에 지급해야 할 결제대금 1,000억원이 지급불능에 빠진다. 또 다음 달부터 도래하는 2,000억원 가량의 협력업체 대금 지급도 불가능하다.
국책사업 등을 맡고 있는 해외사업장도 문제다. 쌍용건설은 3조원 규모의 해외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공사 계약 중단 사유가 돼 향후 공사 진행이 어려워지고 소송이 불가피해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국가산업 발전과 건설산업에 대한 신뢰 차원에서 좋은 방향으로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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