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휴일인 22일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민주노총 본부에 공권력을 투입했지만 헛수고로 끝났다. 경찰이 이날 동원한 병력은 무려 5,500명이다. 민주노총 본부 건물에 수백 명의 노조원이 저항하고 있어 용산참사와 같은 불상사가 우려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사상 초유의 민주노총 본부 진입이라는 부담도 컸다. 노조 지도부 검거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있지 않고서는 강행하기 힘든 작전이었다. 그러나 격렬한 몸싸움 끝에 유리문을 깨고 들어가 12시간여 동안 건물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끝내 이들을 찾지 못했다. 진입작전이 마무리된 후 민주노총은 "철도노조 지도부가 새벽에 이미 나갔다"며 경찰을 우롱했다. 경찰의 빈약한 정보력과 작전 능력 부재, 공권력 남용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 강제 진입에 대한 위법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피의자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타인의 주거에 들어가려면 별도로 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찰도 체포영장만으로 민주노총 사무실 수색은 논란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압수수색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런 점에서 경찰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은 셈이다.
경찰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성한 경찰청장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작전 실패가 아니며 경찰에 대한 책임론은 정당하지 않다"고 강변했다. 민주노총 진입으로 노동계가 총파업을 결의하는 등 그렇잖아도 살얼음판을 걷던 노정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게 됐는데 작전 실패가 아니라니 어이가 없다. 섣불리 시작한 작전 탓으로 정부는 노동계 전체와 싸워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향후 정국운영에도 큰 부담을 주게 됐다.
경찰 지휘부의 과잉 충성이 이런 사태를 촉발한 1차적인 원인임은 분명하다. 이런 허점투성이 경찰을 믿고 정부나 국민이 온전하게 맡은 바 일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이번처럼 엉성한 작전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경찰 내부의 사기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경찰 지휘부에 합당한 문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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