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컵 루(사진) 미국 재무부 장관이 국가부채 상한이 내년 3월 초까지 증액되지 않으면 미국이 국가부도(디폴트)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루 26억6,000만달러씩 늘어나는 미국 국가부채는 현재 17조2,600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루 장관은 19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의 신용도는 국력의 필수토대”라며 “국가부채 증액은 당파적 목적에 쓰일 협상카드가 아니다”고 의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미국 국가부채는 의회가 그 한도를 정한다. 의회는 지난해 10월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자 내년 2월 7일까지는 상한 제한 없이 국가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루 장관은 “의회의 증액 조치가 없어도 특별 조치를 통해 2월 7일 이후에도 버틸 수 있지만 그 기간은 1개월 가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런 여건상 의회 증액 조치가 2월말 또는 3월초까지는 나와야 한다는 게 루 장관의 결론이다.
그러나 미국은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모든 정치 일정이 선거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양당이 부채 상한 증액 문제가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만 주력한다면 타협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민주, 공화 양당은 대선을 앞둔 2011년 국가부채가 상한에 임박하자 부채 증액 문제로 대립, 사상 초유의 국가 신용등급 하락을 초래한 적이 있다.
현재 공화당에는 예산안은 합의 처리해주었지만 부채 증액 문제는 재정삭감 등 버락 오바마 정부의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면서 타협 거부 원칙을 누차 밝혔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오바마 정부가 원하는 부채 증액에 합의할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내년 연초부터 미국 정치권이 세계 경제를 볼모로 대치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