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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요정의 보금자리 다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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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요정의 보금자리 다칠라

입력
2013.12.2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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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의 한 고속도로 건설공사가 ‘요정의 존재 가능성’을 믿는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잠정 중단됐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환경단체 ‘용암의 친구들’이 “수도 레이캬비크 외곽 가르다베르와 알프타네스 반도를 잇는 고속도로 건설이 환경과 문화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이 곳에 있는 요정의 보금자리와 교회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제기한 소송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 전까지 고속도로 건설 공사가 중단됐다.

황당하게 들릴만한 이유가 받아 들여진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요정이 있다’고 믿는 아이슬란드 국민들의 독특한 문화 때문이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 다른 북유럽 국가의 민담과 전설에도 요정이나 트롤 등 신화적 존재가 등장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선 이를 훨씬 더 진지하게 생각한다. 2007년 아이슬란드대학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62%가 ‘요정의 존재가 가능하다’고 답할 정도다. 레이캬비크에 사는 작가 힐마르 군나르손은 “우리 할머니는 가위를 잃어버리고선 ‘요정이 빌려갔으니 다 쓰고 나면 돌려줄 것’이라며 새로 사지 않았다”며 어릴 적 기억을 소개하기도 했다.

요정의 존재가 화산과 지진 등 거친 환경에서 살아온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아이슬란드대학 민속학 교수 테리 군넬은 “우리나라는 보이지 않는 지진에 집이 부서지고, 유황 냄새로 지표면 아래 보이지 않는 불의 존재를 아는 곳”이라며 “요정의 존재가능성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도 어쩌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숨어 사는 사람’의 이야기와 요구를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은 이 땅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슬란드 출신 가수 비요크도 미국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요정을 믿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그것은 자연과 관계 맺기이고, 존중의 문제”라고 답한 적이 있다.

@h.co.kr

박민식기자 be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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