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 아베 총리와 다른 견해 밝혀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전쟁과 평화헌법에 대한 단상을 밝혔다.
아키히토 일왕은 23일 팔순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전쟁”이라고 답했다. 그는 “초등학교 취학 즈음 중일전쟁이 시작됐고 이후 미국, 영국, 네덜란드와의 전쟁이 일어났다”며 “종전을 맞이한 것은 초등학교 마지막 해였다”고 회고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 전쟁으로 인한 일본인 피해자가 310만명으로 추정된다”며 “전도양양한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것은 정말 참혹하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전후 연합군의 점령 하에 있던 일본은 평화와 민주주의의 토대로 일본 헌법을 만들고 다양한 개혁을 실시해 오늘의 일본을 마련했다”며 헌법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현재의 헌법은 패전체제하 미 연합군사령부(GHQ)가 만든 것으로 일본인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만큼 바꿔야 한다”며 개헌 의지를 갖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와는 다른 인식을 보여준 것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연령에 따른 제약을 받아들이면서 가능한 한 역할을 다하고 싶다”며 “당분간 이대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2월 협심증 증세에 따른 관상 동맥 우회수술을 받았고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일왕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일왕 정년제 등이 제기됐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에 왕실 인사가 참여한 것을 두고 왕실의 정치 개입 논란이 인 것에 대해 아키히토 일왕은 ‘(일왕과 왕실은) 국정에 관한 기능을 가지지 않는다’는 헌법 규정을 언급하면서도 “사안에 따라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일왕 가운데 재위 중 팔순을 맞은 것은 아키히토 일왕의 아버지 쇼와(昭和ㆍ히로히토) 일왕에 이어 두번째이며 역대 일왕 장수 순위로는 네번째다.
1989년 왕위에 오른 아키히토는 2001년 자신을 백제 무령왕의 후손이라고 소개했고 지난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일왕의 사죄 요구 발언을 한 뒤에는 “왕비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궁내청은 이날 일왕의 80년을 담은 DVD를 시판하기 시작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