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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버려진 아기들 지방분산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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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버려진 아기들 지방분산 무산 위기

입력
2013.12.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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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입구에 설치된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들어왔다는 벨소리가 울렸고, 뛰어 나간 이종락 목사는 강원도 횡성에서 올라 온 열 여섯 살 소녀와 마주쳤다. 아기 엄마인 이 소녀는 “3일 전 친구 자취방에서 아기를 낳았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찌할 수 없어 여기로 왔다”며 울먹였다.

입양을 할 때 아기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개정 입양 특례법 시행(2012년) 이후 주사랑공동체교회에는 출생신고를 꺼린 미혼모들이 아기를 맡기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들고 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개정 입양 특례법 시행 이전인 2011년 33명이던 서울시내 유기영아는 2012년 74명으로 늘었고, 올해(11월 기준)는 무려 222명으로 급증했다.

다른 지역에서 버려진 아기의 숫자가 입양 특례법 시행 전후 큰 차이가 없음에도 서울 지역만 유독 유기영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운영중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베이비박스 때문이다. 올해 서울의 유기영아 222명 가운데 208명이 이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기들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쪽지를 보면 70%는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아기들”이라고 말했다.

2011년 77명이던 서울시내 보육원 32곳의 영아가 올해 304명으로 4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한계에 달한 서울시는 유기영아들을 다른 지역 보육원으로 분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법규정과 예산 부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송준헌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장은 “최근 복지부와 서울시, 16개 광역 시·도 관계자들이 모여 서울시 유기아동의 전국 시·도 분산 보호 방안에 대해 회의를 했지만 서울 외 아기들을 받겠다는 지역은 없었다”고 말했다. 현행법 상 버려진 아동은 발견된 관할 지역에서 보호하도록 규정돼 있어 다른 지역 보육원으로 강제로 이동시킬 수 없다.

때문에 서울시내 보육원은 보육사 1명이 영아를 평균 5명씩 돌보게 되면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보육사 김모씨는 “4명의 보육사가 2명씩 짝을 지어 24시간씩 교대로 갓난아기 11명을 돌보고 있는데 일은 너무 많고 손길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2011년까지만해도 영아가 단 1명이던 이 보육원은 현재 11명의 영아를 돌보고 있다.

정부는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서울시 은평구에 영아원을 짓고 있지만 정원이 40명에 불과해 영아들의 지방 분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각 시도는 예산 부족으로 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아를 받으면 보육사 배치 인력 기준(영아 3명 당 보육사 1명)에 맞게 추가 채용해야 하지만 지원할 예산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병삼 서울시아동복지협회장은 “지방 시설 원장들은 아이를 받기 원하지만 지자체는 예산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며 “지방이양 된 아동복지시설 사업 예산을 하루 빨리 중앙으로 환원해 지방 보육원에 안정적인 예산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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