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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총 "정부와 모든 대화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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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총 "정부와 모든 대화 중단"

입력
2013.12.2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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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던 한국노총마저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 진입에 반발해 정부와의 모든 대화 거부를 선언하면서 노(勞)-정(政)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노총은 23일 긴급 대표자회의를 연 후 "한 국가의 노동조합 총연맹이 경찰들에 의해 폭력적으로 침탈 당한 사태는 지난 노동운동 역사 속에서 볼 수 없었던 초유의 사태"라며 "정부가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때까지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비롯해 정부와의 모든 대화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또 "28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 한국노총 중앙을 비롯해 모든 회원 조합이 조직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불참은 2009년 정부의 일방적인 복수노조 시행에 항의하며 불참한 이후 4년 만이다.

한국노총의 대화 거부로 정부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민주노총이 1999년 노사정위를 탈퇴하고 이명박 정부 때부터는 공식ㆍ비공식 대화가 거의 단절돼 한국노총이 정부의 유일한 노동계 파트너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특히 전국교직원노조의 법외노조화, 전국공무원노조 대선개입 의혹 수사 등으로 민주노총과는 거칠게 대립해 오면서도 한국노총과는 지난 5월 '노사정 일자리 협약'을 맺는 등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과의 연대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조직조차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정부의 노동계 탄압에 대한 반감이 넓게 퍼져 있어 정부가 철도파업 문제를 풀지 못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냉각기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 전공노 탄압에서 철도파업으로 이어지며 악화일로를 걷던 노동계와 정부 간 대립이 한국노총의 가세로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불참으로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일자리 위원회 등 의제별ㆍ업종별위원회 3개가 모두 중단되는 등 노사정위의 활동 자체가 멈추게 된다. 3개 위원회 중 2개는 합의안을 거의 도출한 상황이었다.

민주노총도 공세를 이어갔다. 신승철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에 폭력적으로 난입하고 침탈한 박근혜정부는 노동자들과의 전쟁을 선언한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분노를 담아 박근혜정부 퇴진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예고한 대로 28일 총파업에 돌입하고 정부를 상대로 (강제 진입 피해와 관련해) 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노정 갈등 악화로 산적한 노동 현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내년이 장시간 저임금 노동, 기형적인 임금 체계, 남성 전일제 중심의 일자리 등 산업화 시대의 노동시장 모델을 새롭게 전환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임금 판결을 비롯해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개정안 등 노동시장의 체질을 바꿀 현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안들은 노사간 이해관계가 첨예해 노사정 대화와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이번 사태로 향후 입법화 등 처리가 불분명해졌다. 한 노동 전문가는 "정부가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철도파업이라는 개별 사안에 매몰돼 정작 중요한 노동 현안들은 다 놓치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중요한 전환기를 맞아 노사정 대화를 통해 고용시스템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 큰 그림을 그리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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