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이 매일 최장기 파업 기록을 갈아치우며 23일로 15일째를 맞았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정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대결로 판이 커지면서 당사자인 코레일과 전국철도노동조합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형국이다.
이날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서울 동자동 사옥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기간제 기관사 300여명과 열차승무원 200여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내부인력이 정상업무에 복귀하며 생기는 빈자리를 은퇴 기관사와 인턴 출신 기간제 근로자로 채우고, 차량정비도 외부 업체에 맡기겠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미 코레일이 파업 참가자에게 해고 등 중징계도 내릴 수 있다고 밝힌 터라, 파업 참가자에게 대체인력 채용계획 발표는 사실상 해고도 서슴지 않겠다는 마지막 경고인 셈이다.
그러나 코레일의 강경일변도 대처가 오히려 노조원을 더욱 결속시키고 있다. 코레일은 파업에 가담했다 복귀한 직원의 비율이 12.7%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파업의 핵심동력인 기관사의 복귀율은 0.9%에 불과하다.
연일 강공을 퍼부으면서도 코레일은 "여전히 노조와의 대화창구는 열려 있다"며 "노사가 수시로 만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손해배상 소송ㆍ징계 등 강경일변도 대책을 쏟아내면서 어떻게 노조를 대화 테이블로 유도할 수 있냐고 되물으면 이내 답변이 궁색해진다. 한 코레일 관계자는 "상급기관인 정부가 정책을 만든 만큼 코레일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털어놓았다.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들이 잇달아 파업철회를 요구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사상최초로 민주노총 사무실에 경찰을 투입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강경대책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하급기관인 코레일로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파업 해법은 결국 국회가 나서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영진 성균관대 갈등해결연구센터장은 "철도노조의 파업이 불법파업이란 정부의 주장은 형식 논리로는 타당하다"면서도 "그러나 갈등을 줄이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국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에게 민영화 의도가 없음을 노조와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도 "이번 파업 사태는 이미 코레일 손을 떠난 문제"라면서 "정부와 노동계가 모두 면허 발급과 총파업을 일단 중단하는 방식으로 사태악화를 막고 국회가 나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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