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아버지보며 경찰꿈꿔몇 차례 낙방에도 불구하고 인내와 끈기로 합격해 대견아내는 1년여 철야기도 정성빠른 진급·출세 따르지 말고 "참 민중의 지팡이 되기를…"
경북 의성경찰서 의성파출소에 근무하는 권영호(50ㆍ경위)씨는 올해 큰 짐을 덜었다. 그의 아들과 딸, 두 자녀가 5개월 간격으로 모두 경찰관시험에 합격했다. 경찰관 아버지를 보고 자란 두 자녀는 어릴 적부터 키워온 경찰관의 꿈을 이루며, 진정한 경찰가족의 반열에 합류했다. 권씨도 극심한 취업난 속에 몇 차례 낙방에도 굴하지 않고 인내와 끈기로 합격한 두 자녀가 대견스럽기만 하다.
권씨의 아들 민범(26)씨가 경찰관 시험에 합격한 것은 지난 3월. 딸 민지(24)씨는 5개월 뒤인 8월 시험에 합격했다. 몇 차례 낙방 끝에 연이은 합격인지라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권씨는 "요즘 같은 취업전쟁 시대에 그것도 대부분 취업준비생들이 선망하는 시험에 합격했으니… 앞으로 경찰을 천직으로 알고, 그냥 직장이 아니라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로서, 이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기를 바랄 따름"이라고 말했다.
민범씨는 필기시험에 합격하고도 체력시험에서 관련규정을 잘 몰라 고배를 마시는 등 3번만에, 민지씨 역시 체력시험 때문에 고배를 연신 고배를 마시게 되자 체력입시 전문반을 다니며 체력을 기른 끝에 4번 만에 합격했다. 권씨는 "애들이 우애가 좋고, 사교성이 뛰어나고 적극적이어서 누구보다 경찰 일을 잘 할겁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경찰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고 자신했다.
이들의 합격에는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이 있었다. 권씨 부부는 두 자녀의 연이은 불합격으로 의기소침해 할 때마다 조용히 기다리며 응원했다.
겉보기에 무뚝뚝한 권씨는 그 만큼 속정이 깊다. 교대근무 등으로 자녀들을 일일이 챙겨주진 못하지만, 무언의 신뢰와 기다려주는 것으로 응원을 대신했다.
권씨의 아내 정은순(50)씨는 도전과 좌절, 재도전을 거듭하는 자녀들을 위해 1년 가까이 절에서 철야기도도 마다하지 않는 지극정성을 보였다. "손쉬운 합격과 빠른 진급, 출세보다는 본분을 지키는 경찰관이 되게 해달라.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어려운 이웃을 보면 지나치지 않고 도와주는 그야말로 민중의 지팡이가 되게 해달라"고.
정씨는 두 자녀가 경찰관이 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아버지를 보고 자연스럽게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애 아버지가 치매할머니를 돕다가 옷에 오물이 묻었거나 범인 검거 과정에서 피를 묻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때마다 애들이 직접 빨래를 하며 '남을 돕고 밝은 사회를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권씨도 원래 수사통이지만, 파출소에 근무하는 수 년간 '노인을 잘 보살피는 경찰관'으로 유명해졌다. 파출소 인근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시골의 노부모 생각 때문이었을까. 출퇴근하면서, 순찰 도중에 소금이나 밀가루 사주기 등 어르신들의 잔심부름도 도맡아 하고 있다. 경로사상도 유전인지 두 자녀도 길을 걷다가도 어르신들을 보면 달려가 짐을 들어 주는 등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상대적으로 진급이 늦은 편이지만 불평하지 않았다. 경찰관이라는 직접 자체를 천직으로 여겼기에.
민범씨는 현재 중앙경찰학교의 8개월 교육과정 중 6개월의 학과교육을 이수하고 안동경찰서에서 실습 중이다. 민지씨는 경찰학교 입교를 앞두고 있어 아버지와 아들, 딸이 함께 현장을 누리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권씨는 "아이들이 시험을 준비하며 힘들어할 때면 자부심을 갖고 하라는 한 마디만 툭 던지곤 했다"며 "경찰관의 삶이 쉬운 건 아니지만 선배이자 아비로서 봉사하는 경찰, 이웃을 돕는 경찰이라는 마음가짐만 평생 갖고 간다면 경찰로서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임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