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도 테헤란 서부의 고급 미용실 단골인 로샤나크(39)씨는 멜로 드라마처럼 복잡한(?) 사랑을 하고 있다. 결혼해 두 딸을 둔 그가 친구 남편과 몰래 교제하고 있는 것이다. 남편은 이 사실을 아직 모른다. 수영 코치로 일하고 있는 그는 "남편과 한 이불 덮고 살지만 나는 남자 친구를 사랑한다"며 "남편도 같은 재미를 즐기고 있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싸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보수적 전통과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강조하는 이란 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보수적 세대의 자녀들이 서양을 모방하며 성장한 뒤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결혼과 이혼, 출산 추이를 예로 들었다. 이란은 최근 7개월 사이 결혼이 5% 감소했지만 이혼은 6% 증가했다. 일정 기간만 함께 사는 '임시 결혼'도 31% 가량 증가했다. 두 자녀를 둔 전업 주부 아하르(34)씨는 "내 남편이 다른 여성들과 관계를 가진다면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당당히 말했다.
1980년대 3.2%였던 출산율은 2006~2011년 1.2%로 뚝 떨어졌다.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가족계획 정책을 정반대로 바꿔야겠다"고 말할 정도다.
비정부기구인 사회노동자과학연합의 무스타파 엘리마 대표는 "요즘 결혼한 커플은 '결혼과 아이가 자유를 빼앗는다'고 생각한다"며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그 규모가 방대해 50년을 건너 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보수 정권과 사회 변화의 긴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고 있다. 사회학자인 사애드 모이드파는 "이란인이 합리주의와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현대적 생활방식을 적극 수용하고 있어 이란 사회의 머리(지도자)와 몸통(시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불일치는 현 정치 시스템이 추구하는 이상을 점점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한 흐름은 정권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FT는 개혁파인 하산 로하니가 6월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이 같은 변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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