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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현대 계승의 기반인 현대증권마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또 한번 '눈물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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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현대 계승의 기반인 현대증권마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또 한번 '눈물의 선택'

입력
2013.12.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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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사진) 현대그룹 회장이 또 한번 눈물을 삼켰다. 그룹을 살리기 위해 현대증권을 포함한 금융계열 3사를 팔기로 한 것이다. 현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현대그룹에서 현대증권은 단순히 주력계열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현 회장으로선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1962년 설립된 국일증권이 전신으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77년 인수했다. 중후장대 산업중심의 현대그룹 내에서 금융의 중심이었고, 이 때문에 2000년 '왕자의 난'에서 승리한 고 정몽헌 회장(현 회장의 남편)은 현대건설과 현대증권을 '그룹 적통'의 양대 기반으로 삼았다.

해운경기 악화로 현대상선의 유동성 압박이 거세지자, 채권단은 현대그룹 측에 현대증권 매각을 포함한 고강도 자구계획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 회장은 채권단의 압박을 완강히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도 '옛 현대그룹의 계승자'라고 믿고 있는 현 회장으로선, 2010년 시아주버니(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와의 대결에서 거의 다 잡았던 현대건설을 놓치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던 현 회장으로선, 현대증권까지 포기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건설도 없고 현대증권도 없다면 더 이상 옛 현대를 계승한 현대그룹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증권 매각 카드를 뽑을 수 밖에 없었던 건 현실적 대안이 달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룹 위기의 진원지인 현대상선은 내년까지 회사채 4,200억원, 기업어음(CP) 4,000억원 등 총 1조5,000억원을 갚아야 한다. 2015년에도 만기 도래하는 부채가 8,000억원이 넘는다. 해운 시황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나 자력상환은 도저히 힘든 상태이며, 이 때문에 칼자루를 쥔 채권단은 '현대증권 매각 없이 지원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동양그룹 법정관리 이후 시장의 '위험기업 블랙리스트'에 함께 올랐던 주요그룹들이 일제히 '통 큰'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것도 현 회장의 선택을 재촉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은 주력사업인 반도체(동부하이텍)와 합금철(동부메탈) 매각을 포함해 총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했고, 한진그룹 역시 창사 이래 최대 지분투자였던 에쓰오일 주식매각 등 3조5,000억원짜리 재무구조개선계획을 제시했다. 비슷한 상황의 기업들이 채권단 요구금액 이상의 초대형 자구계획을 내놓자, 현대그룹 역시 현대증권 매각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남편의 유고로 현 회장이 갑작스럽게 회장직에 오른 지 만 10년이 되는 해. 그 동안 시숙(정상영 KCC명예회장)과 현대상선 경영권분쟁, 시동생(정몽준 현대중공업 오너)과의 지분매입경쟁, 시아주버니와의 현대건설 인수경쟁 등 시댁과의 갈등이 계속됐고, 여기에 숙원인 대북사업마저 무산위기에 처하면서 현 회장은 지난 10년간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현대증권 매각은 현 회장에겐 또 한번 '눈물의 선택'일 수 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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