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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청에서 분신한 40대 유족들 "공무원들이 죽음으로 내몰았다"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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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청에서 분신한 40대 유족들 "공무원들이 죽음으로 내몰았다" 절규

입력
2013.12.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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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하는 막장 공무원. 도대체 무엇이 시민 중심이며, 무엇이 최상의 행정서비스인가? 시민에게 말장난과 거짓, 은폐, 궤변으로 일관했습니다. 공무원의 자존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민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두 번 다시 저와 같은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공평한 행정을 해달라는 겁니다"전남 순천시청에서 분신한 민원인의 마지막 절규다.

지난 20일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해 숨진 서모(42)씨는 하루 전 자필로 작성한 A4용지 12장짜리 유서에서 "시청 공무원들이 무시하고 면박을 주고 행정의 이중 잣대를 들이대면서 판사까지 속였다"며 억울함과 시 직원들에 대한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특히 서씨는 유서에서 순천시 인·허가 부서 공무원들이 자신에게 빈정대며 모멸감을 준 태도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낱낱이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이날 오전 11시40분쯤 순천시청 앞에서 미리 준비한 시너 4리터를 몸에 뿌리고 불을 붙여 청사 안으로 20m를 돌진했다. 1층 종합민원실 앞에 쓰러진 서씨는 온몸에 3도 중화상을 입고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분신 하루 만인 21일 숨졌다.

서씨는 2007년부터 순천시 야흥동 순천-목포간 국도변 2,997㎡ 농지에 주유소, 가스충전소, 소매점, 농가주택 등 4차례에 걸쳐 시에 개발허가를 신청했으나 번번이 불허됐다. 시는'서씨의 땅이 우량농지로 보존가치가 높은 토지'라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에 서씨는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4년여동안 힘겨운 법정투쟁을 했으나 모두 패소했다.

하지만 서씨는 "시가 소송 과정에서 중대 서류를 숨겨 패소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해왔다. 재판부는 순천시에 서씨의 땅과 동일지역 내 허가 난 다른 건축물의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라고 했지만 담당공무원은 '서류가 없다'며 재판이 끝날 때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서씨는 공무원의 은폐, 편파행정과 인근지역 농지전용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 5월부터 1인 시위 등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당시 서씨는 "시가 형평성에 어긋난 법의 잣대와 잦은 말 바꾸기 등 일관성 없는 행정을 해왔다"며 "휘발유를 뿌리고 죽어야 억울함이 풀어지겠느냐"며 분신자살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후 서씨는 수 차례 진행한 소송 패소로 자신의 아파트와 땅이 경매에 들어가는 등 심한 재정 압박에 시달려왔으며 시 행정에 대한 원망을 주위에 털어오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서씨 유가족은 "공무원들이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시민 위에 군림하는 태도에 너무도 분해하고 억울해 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관련 공무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청사 안에서 벌어진 갑작스런 민원인 분신자살로 순천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조충훈 시장은 "어떤 경우에도 발생하지 말아야 할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법적 문제도 중요하지만 소통 행정이 부족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순천시는 전 부서에 소통 부족으로 인한 유사한 민원사례가 없는지 등 전반적인 점검에 나섰으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민원복지국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시의회도 조사권을 발동해 서씨와 관련한 인·허가 행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 원점에서 재점검할 계획이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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