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수서발 KTX 민영화에 대한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자 정부가 "수서발 KTX 법인이 민간에 주식을 매각하면 철도사업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조건부 면허 발급'을 민영화 방지 방안으로 내놨다. 하지만 위법 소지가 큰 방안이어서 과연 현실 가능한 대책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총사에서 철도파업을 중단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수서발 KTX 회사에 철도사업 면허를 발급하면서 민간에 매각한다면 면허가 취소되도록 하는, 확실한 민영화 방지 장치를 마련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서 장관이 전날 경기 고양시의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수서발 KTX 법인을 민영화하지 않겠다며 제시했던 방안을 다시 한 번 공식 확인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사업법에 '철도운송사업자가 면허 발부 조건을 위반할 경우 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으며, 발부 조건은 정부가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토부의 철도사업 면허 취소는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위법하며, 현실성도 없다는 지적이다. 코레일은 지난 10월 법무법인 세종에 이 같은 정부의 '인허가 규제방안'의 법적 타당성에 대해 질의했고, 철도노조가 이날 공개한 세종의 답변서에 따르면 이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돼 위법ㆍ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수서발 KTX 법인이 민간에 지분을 매각했다고 해서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하면 면허권자인 수서발 KTX 법인뿐 아니라 주식을 가진 나머지 공공투자자 및 채권자들, 이용객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이는 행정 처분으로 인한 당사자의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세종은 "결국 인허가 규제 방안은 정부기관이 부여한 부담이 위법ㆍ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상당해 공공투자자들의 지분 매각을 막을 수 있는 완전한 조치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면허 취소의 실현 가능성도 낮다는 지적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은 "민간에 지분을 매각했다는 이유로 면허를 취소해 수서발 KTX를 멈춘다면 파업보다 더 큰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텐데 정부가 과연 이런 압박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KTX를 중단시킨다 해도 민간에 넘어간 지분을 다시 요건을 갖춘 법인에 넘기는 데만 최소 몇 개월이 걸리는 등 면허 취소는 레토릭(수사)일 뿐 실제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또 "민간 매각 방지 정관이나 면허 취소 등 정부가 내놓은 '안전장치'는 사회적 갈등이 심한 지금은 행정적으로 집행될 수 있다 해도, 나중에 위법하다는 법적 판결이 나면 아무 소용이 없어지는 것들"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면허를 취소하더라도 수서발 KTX 법인의 주주나 채권자는 이미 조건부로 면허가 발부된 것을 알고 투자했기 때문에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이르면 이번 주에 철도사업 면허를 발급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이 지난 13일 법원에 등기를 신청했으며 보통 1,2주가 걸리는 법원 등기가 만료되는 즉시 면허를 발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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