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포함, 17일의 장기 겨울휴가에 들어갔다. 휴가지로 고향 하와이를 선택한 오바마는 이번 휴가를 '잠 그리고 태양'을 위한 시간이라고 했다.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시행, 연방정부폐쇄(셧다운), 국가안보국(NSA) 기밀 유출 등으로 지난 여름 이후 마음껏 자지 못하고 햇볕 볼 틈도 없었다는 말을 역설적으로 전한 것이다.
오바마는 부인 미셸 오바마와 두 딸, 장모와 함께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20일 밤(현지시간) 하와이에 도착해 새무얼 라클리어 태평양군 사령관, 닐 에버크롬비 주지사의 영접을 받았다. 휴가 첫날인 21일에는 점심 때까지 두문불출한 뒤 오후에 골프장으로 향했다. 새해 1월 5일 워싱턴에 복귀할 때까지 오바마는 공식 행사를 접고 오아후섬 카일라우의 팬션에서 이처럼 아주 사적인 휴가를 즐길 예정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판단을 기다리는 NSA 개편 문제는 휴가지에서도 오바마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기술검토단이 제안한 NSA 개선방안 46개를 비롯해 300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숙독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오바마는 하와이로 떠나기에 앞서 20일 열린 송년 기자회견에서 지지율이 40%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듯 올해가 최악의 해였다며 신년의 각오를 다졌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해외 문제로 이란 핵협상만 질문하는 바람에 북핵,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 등 외교 현안에 대한 오바마의 생각은 들을 기회가 없었다.
이번 오바마 휴가는 하루 숙박비 4,000여달러, 에어포스원 운항비 323만달러, 비밀경호국과 네이비실(해군특전단) 등의 경호비용 18만달러 등을 합해 400만달러에 달한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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