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최대 야당 민주당이 내년 2월 조기총선 참여를 거부하고 대규모 장외투쟁을 재개했다. 야권과 반정부 시위대는 투표 불참은 물론이고 투표소 봉쇄, 투표 방해 등 선거 무산을 위한 실력 행사를 불사하겠다고 예고해 정국 위기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1일 집행위원회를 열고 내년 2월 2일로 예정된 조기총선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아피싯 웨차지와 총재는 "정부가 국민을 대변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기 위해 선거를 보이콧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권은 잉락 친나왓 총리의 퇴진을 총선 참여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해왔지만 잉락은 9일 의회 해산을 선언하면서 "총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하겠다"고 이를 거부했다. 집권 푸어타이당은 "선거를 치르면 패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민주당의 정략적 선택"이라고 비난했다. 도시 중산층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은 실제로 1992년 이래 선거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
야권은 22일 수도 방콕에서 총리 퇴진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재개했다. AFP통신은 "시위대 지도자인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가 수천명을 이끄는 등 방콕 주요 지점의 시위대가 도심으로 모여드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한때 15만명에 달했던 반정부 시위대는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 사퇴에 이은 잉락의 의회 해산 결정으로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다.
민주당의 결정은 2006년 총선 보이콧이 탁신 친나왓 당시 총리의 실권으로 이어졌던 학습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탁신은 투표자 급감으로 전체 유권자 20% 이상의 표를 얻어야 당선이 확정된다는 최소득표율 규정을 충족하기 어렵게 되자 군소정당 후보를 매수했고 이는 법원의 선거무효 판결과 군부 쿠데타를 불렀다. AP통신은 그러나 최소득표율 규정이 완화된데다 당시 반 탁신파의 손을 들어주며 혼란을 수습했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건강 악화로 중재에 나서기 힘든 점을 들어 민주당의 기대가 어긋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군부도 시위대의 정국 개입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프라윳 찬오차 육군 참모총장은 21일자 방콕포스트 인터뷰에서 "군이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는 분열 극복을 위해 중립 성향의 정파가 참여하는 국민회의 구성을 제안하면서도 야권의 국민회의 구상과는 거리가 멀다고 못박았다. 수텝은 총선을 치르지 말고 각계 대표 300명과 야권 추천인사 100명으로 구성된 개혁기구를 만들어 정국 운영을 맡기자고 주장해왔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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