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민주노총 설립 후 처음으로 본부 사무실을 강제 진입하면서 노정(勞政)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 등 박근혜 정부 퇴진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를 이유로 서울 중구 사무실에 강제 진입한 22일 오후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박근혜 정부 퇴진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 돌입 ▦28일 총파업 조직 및 100만 시민행동의 날 진행 등 정부의 본부 강제 진입에 맞선 투쟁계획 7가지를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23일 전국 확대간부 파업 돌입 및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여는 한편 매일 촛불집회를 열어 시민들과 연대 투쟁하고, 3만여명이 참여하는 철도노조 3차 상경투쟁도 벌일 예정이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긴급 호소문을 내고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침탈은 노동운동 자체를 말살하겠다는 것이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군홧발로 짓밟겠다는 독재적 폭거"라며 "부당한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고 철도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1995년 설립 이래 굵직한 노동사건에 연루돼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 지도부를 본부 사무실에서 보호해 왔다. 경찰 역시 이를 알면서도 민주노총 본부 건물이 서울 삼선동에서 1999년 여의도동 대영빌딩, 2010년 지금의 정동 경향신문 사옥에 자리 잡을 때까지 한번도 강제로 집행한 적은 없었다. 2008년 9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수배된 이석행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은 본부 사무실에 2일 이상 은신했다. 당시 사무실 주변에 경력이 배치됐지만 강제 진입은 없었다. 이 위원장은 본부 사무실에서 나와 경기 고양시에서 대피하던 중 같은 해 12월 검거됐다.
2009년 철도파업 때도 수배 중이던 김기태 당시 철도노조 위원장 등 지도부들은 1주일 넘게 본부 사무실에 은신해 있다가 파업이 끝난 후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2007년 이랜드 그룹의 비정규직 대량해고에 항의하며 21일간 홈에버 워드컵몰점 등지에서 이랜드 일반노조ㆍ뉴코아노조의 점거농성을 주도한 당시 노조 지도부, 2003년 화물연대 파업을 주도한 당시 노조 지도부가 본부 사무실에 은신했었다. 경찰은 검거를 위해 건물 주변을 에워싸고 검문검색을 벌였다. 22일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의 공권력 강제 집행 모면의 기록은 '18년 42일'에서 멈추게 됐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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