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남수단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최초 발생지인 수도 주바를 넘어 유전지역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양측 사상자가 1,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유엔평화유지군이 피살되고 미군 수송기가 공격을 받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국제사회가 신속한 분쟁 해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군의 지지를 받고 있는 리에크 마차르 전 부통령은 21일 BBC방송 인터뷰에서 "반군이 핵심 유전지대인 유니티주(州)를 포함해 국토 대부분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유니티는 앞서 반군이 점령한 것으로 알려진 종글레이주와 더불어 남수단 석유의 대부분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남수단은 석유 판매 대금이 정부 예산의 98%를 차지할 만큼 석유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남수단에서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누에르족 출신으로 7월 해임된 뒤 반군의 배후로 의심받아온 그는 "정부군과 싸우는 반군은 모두 내 지휘 아래 있다"며 의혹을 인정했다. 정부군은 그러나 "반군이 유니티주에서 점령한 곳은 주도 벤티우 뿐이며 지상군과 무장헬기를 동원해 탈환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종글레이 주도 보르에서 자국민을 대피시키려던 미군 수직이착륙 수송기 CV-22 오스프리가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군인 4명이 부상했다. 미군에 따르면 작전에 나섰던 오스프리 3대 중 한 대가 착륙 도중 피격을 받아 작전 수행을 포기하고 인근 국가 우간다로 이동했다. 부상자들은 모두 안정된 상태다. BBC는 남수단 정부에 우호적인 우간다가 보르를 폭격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에서 반군이 미군 수송기를 우간다 전투기로 착각해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종글레이에서는 앞서 19일 인도 출신 유엔평화유지군 3명이 누에르족의 공격을 받아 숨졌고 20일에는 유엔군을 태운 헬리콥터가 피격돼 불시착했다.
하와이에서 휴가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수송기 피격을 보고 받고 "남수단 갈등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하며 무력으로 권력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잃는 결과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영국,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은 2차 수단 내전이 끝난 2005년부터 남수단에 연 40억달러를 지원하며 자립을 돕고 있다. 미국은 도널스 부스 에티오피아 대사를 남수단 특별대사로 파견해 정부와 반군의 평화협상을 중재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남수단 정치 지도자들은 폭력이 국가 미래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사실을 지지자들에게 일깨워야 한다"며 협상을 주문했고 아프리카연합은 성탄절 기간에 전투를 중단할 것을 양측에 요청했다.
남수단 최대 부족 딩카족 출신으로 마차르를 쿠데타 주도자로 지목해 교전을 촉발했던 살바 키르 대통령은 대화 용의를 밝혔다. 마차르는 BBC 인터뷰에서 "쿠데타 혐의로 체포한 정치인들을 석방하고 에티오피아 등 중립국으로 보내 신변 안전을 보장한다면 협상에 응할 뜻이 있다"며 조건부 수락 의사를 밝혔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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