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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연행 과정 상보

입력
2013.12.2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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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이 넘게 진행된 경찰의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 작전은 허탕이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통해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등 지도부 9명이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의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은신해 있다는 정보를 파악하고 22일 오전 전격적으로 강제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오후 8시쯤 마지막으로 14층 사무실 문을 뜯고 진입을 완료한 경찰이 농성 중이던 조합원들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체포 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파악도 제대로 못한 채 대규모 경력을 동원해 강제 진입을 강행한 경찰에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강제 진입 후 건물은 해체된 바리케이드의 흔적으로 엉망이 됐다. 층마다 빈 공간에는 사무실 칸막이, 의자, 책상 등이 파손된 채 널려 있고, 계단에는 바리케이드로 이용된 책들이 물에 젖어 짓이겨진 채 수북했다. 경찰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쏜 물이 계단과 복도에 5㎝ 가량 흥건하게 차 올랐고, 천장 등을 통해 아래층으로 스며 내려왔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40분 김 위원장 등 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제시하며 강제 진입에 착수했다. 체포조 600여명과 기동대ㆍ의경 등 47개 중대 5,500여명이 진입을 저지하는 조합원과 시민들을 끌어냈다.

경찰은 오전 10시30분 건물 동쪽 출입문을 지키던 조합원 10여명을 연행한 것을 시작으로, 11시에는 1층 여닫이 유리문을 깨고 진입을 막던 조합원과 시민들을 끌어냈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오병윤 의원 등은 모두 격리조치됐다.

오전 11시 20분 13층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한 조합원이 소화전을 이용해 물을 뿌리며 저항했지만 경찰은 낮 12시 35분 1층 로비 안쪽의 자동 유리문을 깨고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조합원들은 현관에 있던 집기 등을 던지며 거세게 반발했다. 경찰은 최루액을 살포하며 저지선을 무너뜨리고 로비에 있던 조합원 60여명을 연행했다.

오후 2시 1층을 장악한 경찰은 로비를 전진기지 삼아 계단을 통해 13층 노조 사무실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계단을 막아서고 있던 조합원들은 경찰에게 속속 끌려나왔다. 오후 2시 55분 진입 저지선은 2층으로 후퇴했고, 3시 10분 4층, 14분 6층까지 밀렸다. 조합원들은 물을 뿌리고 소화기를 살포하면서 저항했지만 경찰은 오후 3시 34분 파죽지세로 10층까지 진입에 성공했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건물 내부로 진입하자 ‘조합원 즉시 집결’ 지침을 내렸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낮 12시 40분쯤 ‘수도권 지역 조합원들은 지금 즉시 본부로 집결하라’는 지침을 하달했으며, ‘이른 시간 내에 전국에서 다발적으로 민주노총 침탈 규탄대회를 열 것’을 주문했다. 또 창문으로 ‘철도는 국민의 것이다. 폭력경찰 물러가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뿌리고 현수막을 내거는 등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유인물에서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도 아닌데 본부 사무실을 불법적으로 침탈,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며 “건물 앞에 에어매트까지 설치하며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고립시키고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 강제 진입 소식을 접한 시민들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부터 경향신문사 사무실 인근에 모여 경찰의 강제 진압을 규탄했다. 서대문역에서 경향신문사 건물까지, 경향신문사 맞은 편 강북삼성병원 앞 등에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불법적인 공권력 투입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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