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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을 3D 콘텐츠로 바꾼다, 우리 기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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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을 3D 콘텐츠로 바꾼다, 우리 기술로!

입력
2013.12.2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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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과학기술 분야 화두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3차원(3D)'이다. 문서 만들기에 여념이 없던 프린터가 공장처럼 입체를 척척 찍어내는 모습에 세계가 화들짝 놀란 해였다. 3D 열풍은 프린터의 지위를 격상시키는 데 그치지 않았다. 국내외 유수 기업들이 3D 기술에 열광하면서 제조업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과학자들 눈에 3D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문자와 이미지, 영상 같은 기존 2차원 디지털 콘텐츠에 공간 개념이 더해진 3D 콘텐츠가 앞으로 산업의 판도를 바꿔갈 거라는 예상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차세대콘텐츠연구소가 최근 개발한 국산 3D 기술들에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우리 영화는 우리 기술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영화 '소녀'와 '애비', 지난해 10월 열린 같은 영화제의 '마이 라띠마'. 이 세 편에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 전체를 정해진 규격에 맞는 디지털 데이터로 가공하고 압축해 극장에서 바로 상영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주는 '마스터링' 과정이 모두 ETRI가 개발한 국산 기술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로 찍은 장면을 요즘은 필름이 아닌 디지털 데이터로도 가공한다. 영사기는 압축된 디지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풀어주면 된다. 이른바 '디지털 영화'다. 기존 영화 필름은 한 조각(프레임)에 한 장면(영상)이 담겼고, 소리와 자막은 별도로 각 프레임마다 저장됐다. 디지털 영화 역시 이 구조와 유사하게 영상과 음향 데이터를 프레임 단위로 맞춰 가공한다. 자막은 영상이 재생되는 속도에 맞춰 작동하도록 별도 파일로 만든다. 그런 다음 전체를 모아 영사기에서 풀릴 수 있는 파일 형태로 압축하는 것이다.

보통 한 프레임에 들어가는 영상 데이터의 용량은 약 64메가바이트(MB)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에는 1초에 24프레임이 넘어간다. 여기에 사운드와 자막까지 더해지니 영화 전체의 데이터 용량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상영 시간 2시간 안팎의 3D 영화인 경우 용량이 수 테라바이트(1TB=1조 바이트) 수준이다. 이를 적어도 20분의 1 용량으로 해상도를 높게 유지하면서 손상되지 않도록 빠르게 압축하는 게 마스터링의 관건이다.

최근 3D 디지털 영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마스터링 기술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국내에 상영되는 대부분의 디지털 영화는 여전히 외국산 마스터링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윤기송 ETRI 콘텐츠유통플랫폼연구실장은 "우리 기술로는 기존 외국 시스템보다 마스터링 시간이 20~50% 줄어든다"며 "디지털 영화 제작 업체와 함께 상용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쇼핑도 옷 입어보면서

인터넷 쇼핑이나 홈쇼핑에서 옷을 샀는데 안 맞아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입어보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다. 치수만으로는 딱 맞는지 모르고, 사진이나 화면으로 봤을 땐 잘 어울릴 것 같아도 실제로 입으면 예상과 다를 수 있다. ETRI 영상콘텐츠연구부는 몸 전체 치수뿐 아니라 움직임까지 한 번에 디지털화하는 기술로 이 한계를 해결했다.

성인 한 사람 만한 크기의 화면 앞에 서면 카메라가 키, 팔다리 길이, 관절 위치 등 몸 의 부위별 데이터를 한꺼번에 측정해 입력한다. 옆으로 서면 옆모습이, 뒤로 돌면 뒷모습이 각각 같은 방식으로 데이터화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화면 안에는 화면 앞에 서 있는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 3차원으로 만들어진다. 자신의 '3D 디지털 아바타'인 셈이다.

사람이 화면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면 화면 속 아바타에게 입혀진다. 이리저리 돌아보고 팔을 들었다 내렸다 하는 등 동작을 바꿀 때마다 아바타도 그 옷을 입은 채 똑같이 움직인다. 고른 옷을 실제로 자신이 입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를 3D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이다. '리얼 핏(Real Fit)'이라고 이름 붙인 이 시스템은 지난 1월 디자인기업 '클로버추얼패션'에 기술 이전됐다. 구본기 ETRI 영상콘텐츠연구부장은 "여러 패션업체와 함께 실제 매장이나 쇼핑몰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중장비 훈련도 3D로 진짜처럼

조선이나 건설 등 중장비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 분야의 단골 고민거리 중 하나가 인력 양성 문제다. 현장에서 직접 중장비를 다룰 기술자를 키우려면 철저한 실전 훈련이 필수다. 그런데 마땅한 훈련 장소나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 작업 도중 짬을 내 가르치고 배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업에 방해가 돼 비효율적이고, 더군다나 위험하다. 아직 숙련되지 않은 인력이 실제 중장비로 훈련하다 보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문제 역시 3D 기술이 해결사로 나섰다.

ETRI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나 철근을 옮기는 데 쓰는 크레인의 조종석과 똑같이 생긴 장치가 있다. 의자와 헬멧, 레버 등이 모두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그대로다. 여기 앉아 3D 안경을 쓰면 앞 모니터에 실제 현장의 작업 장면이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레버를 올리고 내릴 때마다 마치 크레인에 앉아 조종하는 것처럼 화면 안에서 철근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움직이는 것이다. 바로 3D 가상현실 기술이다.

김기홍 ETRI 가상현실연구실장은 "국가 자격증을 가진 크레인 기사들이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에 실제 크레인에 탄 채 훈련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ETRI는 이를 중장비 훈련용으로 산업 현장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개발된 3D 용접 훈련 시스템은 이미 부산 동의대 동남권 용접인력양성센터에서 실제 교육에 활용되고 있다. 뜨거운 불꽃이 튀는 등 위험한 용접 과정을 3차원 가상현실 속에서 안전하게 실습하는 것이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 넘나들어

지난해부터 서울 역삼동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등 전국 13개 국ㆍ공립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이 동화 속 세상을 체험해보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이 아니다. 동화 속 공간과 주인공들을 3차원 가상 데이터로 만들어놓고 그 안에 아이들이 실제로 들어가는 것이다. 들어가기만 하면 아이들 호기심은 금방 바닥난다. 그래서 접목한 기술이 혼합현실이다. 동화 속 3차원 가상 인물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마음대로 움직이게도 한다는 얘기다. 덕분에 아이들은 가상 공간을 마치 현실처럼 인식하고 스스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며 몰입하게 된다.

혼합현실이 가상현실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는 소통의 대상이다. 가상현실은 '가짜'인 디지털 세상과 '진짜'인 기기를 통해야 상호작용할 수 있다. 화면 속 중장비 작업 현장이 크레인 조종석의 레버를 조작해야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혼합현실은 사용자가 직접 가짜 세상 안으로 들어가 가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와 일대일로 상호작용한다. 실감도가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이 프로그램의 콘텐츠를 동화뿐 아니라 영어회화, 여행 등으로 바꾸면 교육용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ETRI는 내다보고 있다. 한동원 ETRI 차세대콘텐츠연구소장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3D 디지털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3D 기술은 앞으로 사용자가 전자기기가 아닌 콘텐츠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방향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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