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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23일] 불편에 대한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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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23일] 불편에 대한 자세

입력
2013.12.2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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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을 먹으며 TV를 틀었다. 경찰력 투입으로 북새통이 된 민주노총 건물 현장이 속보로 보도되고 있었다. 철도 민영화 문제로 파업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안이 벙벙했다. 시설을 무단 점거하거나 훼손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왜 경찰력이 투입되지? 무슨 까닭인가 싶어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그런데 '국민의 불편' '불법파업' 운운할 뿐 납득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불법과 합법을 가르는 기준은 뭘까.

몇 년 전 나도 한 파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비정규직교수노조 파업이었다. 우리가 동원한 수단은 성적입력 거부였다. 학교 측에서는 전화를 걸어 회유와 협박을 반복했다. "당신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고 있는지 압니까?" 수강생들에게서도 잇달아 항의와 애원의 연락이 왔다. 나는 굽신굽신 양해를 구해야 했다. 그 와중에도 힘내라며 격려를 해준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학교 측과 노조 측은 진통 끝에 협상 타결을 보았다. 불편을 견뎌준 학생들이 고마웠다.

열차를 자주 이용하는 '국민' 중 하나인 나도, 지금의 사태 때문에 약간의 불편을 겪는다. 기꺼이 참을 수 있다. 불편을 서로 조금씩 감내할 때 그만큼 사회 전반의 공공성이 개선되고 덜 억압적인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몇 년 전의 경험으로 알았다.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한다고, 위에서 지시된 결정에 반대한다고, '불법'이라며 공권력을 동원한 것에 내가 불끈 화가 나는 이유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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