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목이 마른 텍사스가 승부수를 던졌다. 추신수(31) 입장에서도 부담감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텍사스는 이번에 추신수와 프린스 필더를 한꺼번에 영입했다. 추신수에게는 7년 간 1억3,000만 달러, 필더에게는 7년 간 1억3,8000만 달러(디트로이트가 3000만 달러 연봉 보조)를 주는 계약 조건이다. 텍사스는 2011년 FA 애드리안 벨트레(5년 8,000만 달러)를 영입한 이후 2년 만에 화끈한 돈 보따리를 풀었다.
텍사스가 추신수를 데려온 이유는 분명하다. 스피드와 파워를 겸비한 타선을 만들어 다시 한 번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텍사스는 2006년 존 다니엘스 단장이 부임한 뒤 FA 계약에서 늘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2001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10년 간 2억5,200만 달러를 주는 전대미문의 초대형 계약을 맺은 뒤 다소 조용한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다르빗슈 유(포스팅 비용 포함)를 제외하면 한 선수에게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해가 최근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50홈런 이상을 터뜨릴 수 있는 필더에게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했고,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 강한 어깨를 지닌 추신수에게 다시 한 번 1억 달러 넘는 돈을 베팅했다. 2014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텍사스가 그리고 있는 밑그림이다.
추신수는 올 시즌 154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5리, 출루율 4할2푼3리, 21홈런, 20도루, 107득점, 112볼넷, 몸에 맞는 공 26개 등을 기록했다. ‘출루 기계’라고 불리면서 내셔널리그 1번 타자 중 최초로 20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이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4할2푼3리의 출루율 수치는 추신수가 얼마나 자주 1루에 나가 팀 득점에 공헌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우익수에서 중견수로 포지션을 옮긴 낯선 상황에서도 기대 이상의 만점 활약을 펼쳤다.
추신수는 텍사스에서도 1번으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비 포지션은 중견수, 우익수가 아닌 좌익수가 될 공산이 크다. 올해 팀 득점이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1위(808개)에서 7위(730개)로 떨어진 텍사스는 추신수에게 ‘높은 출루율’을 기대하고 있다. 추신수가 우승을 꿈꾸는 팀을 위해 올해처럼 반드시 자주 1루를 밟아야 하는 셈이다.
박찬호의 먹튀 악몽도 지워내야 한다. 박찬호는 지난 2001년 5년 간 6,5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부상과 슬럼프에 빠지며 이렇다 할 활약을 못했다.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해가 한 번도 없고, 2005년에는 아예 트레이드로 텍사스를 떠났다.
정확히 8년이 흘렀다. 박찬호 이후 다시 한번 코리안 텍사스 선수가 탄생했다. 계약 규모가 두 배로 훌쩍 뛴 초대형 계약을 성사한 만큼 추신수는 선배 박찬호의 ‘오명’을 씻어내야 한다. 함태수기자
한국스포츠 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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