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안드로이드 앱 '삐뽀삐뽀'가 지난달 27일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앱 개발사 오큐파이는 "사전에 알리지 않고, 위력으로 앱을 삭제했다"며 지난 19일 구글코리아를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소했다.
자본금 1억원 남짓한 국내 개발업체가 다국적기업 구글과 벌이게 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경찰이 보낸 문서에서 비롯됐다. 경찰청은 앞서 10월14일 '삐뽀삐뽀가 단속을 피해 음주운전하는데 악용돼 범죄를 조장하고 공익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등록제한(삭제)해달라는 업무협조요청서를 구글코리아와 네이버에 보냈다. 한 일간지에서 '이 앱이 음주운전을 부추긴다'고 지적한 날 취해진 조치다.
공문을 받은 구글코리아는 내려받기 10만여건을 기록한 이 인기 앱을 구글 플레이에 노출되지 않게 차단했다. 개발사가 이의를 제기하자 구글은 "'경찰이 귀하의 앱에 대한 삭제 요청을 철회했다'는 공문을 경찰로부터 받아 보내라"고만 할 뿐 차단을 풀지 않고 있다. 이 앱이 검색되지 않게 했던 네이버는 "경찰의 공문이 '이 앱의 위법성이 확인됐다'는 내용인줄로 착각했다"며 사과하고 3일만에 원상 복구했다.
이 앱은 음주운전 단속 예고제의 예방효과가 크다고 강조한 경찰 분위기에 편승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경찰이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애꿎은 중소 개발사만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경찰은 올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국적으로 음주운전 단속을 예고하며 대대적인 홍보를 벌였다. 당시 광주경찰청은 "예고제란 언제나 단속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주입해 예방효과를 내는 것"이라며 음주운전은 적발보다 예방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부산경찰청은 2011년 겨울 트위터로 음주운전 단속 날짜와 장소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랬던 경찰이 갑자기 음주운전 단속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자기모순'에 빠진 사이, 앱 개발사는 큰 손해를 입었다. 기존 가입자 1만여명이 빠져나갔고, 신규 가입자도 모을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자동차 부품업체 등 기업 5, 6곳과 맺을 광고계약 등이 무산돼 2억여원의 피해를 입게 됐다. 현재 실시간 음주단속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SK의 T맵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으며, 구글 플레이에는 '삐뽀삐뽀'를 대신해 실시간 음주단속 정보 앱 '더더더'가 올라와 있다.
신정우 오큐파이 대표는 "삐뽀삐뽀는 사용자들이 직접 올린 정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경찰의 실제 음주단속 정보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며 "때문에 운전자들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음주단속에 걸릴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돼 음주운전을 부추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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