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달 4일 '지방대학 육성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2000년 김대중 정부서부터 시작해 이번이 네 번째. 매번 용어와 표현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거의 그대로였다. 그 사이 지방대는 육성은커녕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해왔다. 그렇다면 뭔가 달라져야 하겠지만, 박근혜 정부 버전 역시 거의 달라진 게 없었다.
김대중 정부가 '지방대 살리기'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게 된 절박한 계기는 IMF 외환위기였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수도권 중심으로 대학이 늘어나고 학생수가 증가했다. 거기에 외환위기가 터져 지역 일자리가 급격히 사라졌고, 지역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들면서 지방대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라고 분석했다.
김대중 정부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 심화로 지방대학 공동화 위기 초래'라고 지방대 문제를 진단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인재가 수도권 대학으로 몰리고 지역에서는 인재 유출'이라고 진단했다.
정책 방향과 수단도 다를 게 없다. 김정희 부산대 엔지오학 교수는 지난 9일 대구에서 열린 '지역대학과 지역발전' 포럼에서 "이번 대학 육성정책의 핵심은 대학의 구조개혁과 대학 특성화를 연계시키는 것"이라며 "노무현, 이명박 정부가 표방한 육성정책의 방향도 '대학 특성화'였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교육특성화 사업과 연구특성화 사업, 산학협력 특성화 사업 등을 여기에 맞는 특화된 대학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대학의 기능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적ㆍ일률적 기준으로 대학간 경쟁을 유도해 오히려 대학 특성화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5대 추진과제 중 하나로 '지방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를 내세우면서 동시에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대학구조개혁과 연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평가지표로 학생 충원율, 취업률, 교원 학보율 등 정량 지표를 내세워 수도권 대학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사람과 일자리와 돈의 수도권 집중으로 비롯된 문제를, 원인은 방치해둔 채 결과만 놓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도 대학을 평가해서 하위 15%는 정부 재정지원 중단을 단행했다"며 "대학 평가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는 일률적으로 평가해 경제논리에 근거한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방대 학생의 채용 정책 역시 김대중 정부서부터 이어져 온 주요 정책 중 하나였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목표제'를 내세우며 공무원 채용에 일정부분 지방대학 졸업자를 뽑도록 할당했다. 이번엔 2015년부터 공무원 5급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를 7급까지 확대하고, 지역인재추천 채용 목표 인원을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방안이 추가됐다. 하지만 공무원 채용에서 지방대학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는 지역을 이탈해 수도권으로 몰리는 학생들을 붙잡기엔 역부족이란 비판이 많다. 김정희 교수는 "정부는 대학-산업체-지자체-중앙정부간 협의체 구축을 내세우고 있지만 여기에는 지역단위 거버넌스 체제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며 "지방대학은 지역발전의 중요한 성장동력인 만큼 대학과 지역간 연계망 구축이 해법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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