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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자신감? 정적 10년 만에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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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자신감? 정적 10년 만에 석방

입력
2013.12.2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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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석유재벌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미하일 호도르콥스키 전 유코스오일 회장이 수감된 지 10년 만인 20일(현지시간) 석방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하원이 지난 18일 결정한 수감자 2만5,000명에 대한 사면령에 따라 이날 호도르콥스키를 사면했다. 호도르콥스키는 이날 낮 12시 20분쯤 교도소에서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연방교도국(FSIN)은 성명을 통해 "호도르콥스키가 출국 서류를 요청했으며 석방 직후 어머니가 암 치료를 받고 있는 독일로 떠났다"고 밝혔다.

NYT는 호도르콥스키의 이번 사면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그 동안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장기 집권체제를 위협하는 호도르콥스키를 쉽게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민영은행 메나테프와 석유기업인 유코스오일을 소유하고 있던 호도르콥스키는 한때 러시아 신흥재벌을 일컫는 '올리가르히'의 대표주자로 꼽혔다. 그러나 2003년 총선에서 그가 푸틴 대통령에 맞서는 민주화 세력을 지원하면서 몰락의 길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호도르콥스키는 총선이 있던 2003년에 탈세 혐의로 전격 구속된 이후 2010년에는 돈세탁 혐의가 추가돼 총 13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고, 그가 소유하던 유코스오일은 2007년에 국영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에 흡수됐다. 푸틴 대통령의 노골적인 견제를 받은 호도르콥스키가 결국 정치적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지난해 2년이 감형된 그는 내년 8월의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었다.

푸틴 대통령이 호도르콥스키를 이번에 사면하게 된 배경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동성애 금지법안 등 러시아 인권문제가 부각되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거세지자 이를 완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푸틴 대통령이 호도르콥스키의 몰락한 모습을 내세워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공고하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NYT는 푸틴이 이번 기자회견 내내 자신감이 있었다며 집권 3기 체제의 정당성에 관한 안팎의 비판으로 다소 움츠러든 모습을 보인 지난해 연말 기자회견과는 대조적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가장 강력한 비판자 가운데 한 사람인 호도르콥스키를 석방하는 위험 정도는 감수할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고 논평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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