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사탄에 씌었다고 믿고 40일 간 금식기도를 하다 숨진 여고생의 친할머니가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이혼한 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서울 노원구에 살던 A(당시 18세)양은 2011년 초부터 난데없이 소리를 지르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 일부 주위 사람들은 "사탄이 씐 것 같다"고 했고, 이 말을 믿은 A양은 의학 대신 신앙을 치료법으로 택했다.
A양은 그 해 말 이모할아버지가 목사로 있는 중랑구의 한 교회에서 매일 자정부터 오전 2시까지 기도를 한 뒤 그대로 자고 새벽 예배 후 집에 들렀다 등교하는 무리한 생활을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7월 20일부터 40일간 물 말고는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금식기도를 했다. 이모할머니 B(60ㆍ여)씨는 9월 11일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A양을 병원이 아닌 교회로 데려 갔고, A양은 하루 만에 교회에서 숨졌다. 14일 늦은 밤 사망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했을 때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당시 목사가 "병원에 데려가자"고 했지만 친할머니 C씨(70)는 "좀 더 지켜보자"며 이틀간 기도만 하는 등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곽형섭 판사는 "피해자의 건강이 계속 악화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는데도 병원에 후송하는 등 구호 의무를 게을리했다. 다만 A양이 주위의 만류에도 스스로 40일간 금식기도를 한 점 등을 감안한다"며 B씨에게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C씨에 대해서는 "A양을 교회로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사망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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