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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의료민영화" vs" 새 수익원 마련한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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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의료민영화" vs" 새 수익원 마련한 것뿐"

입력
2013.12.2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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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료법인)이 외부의 투자를 받는 자회사를 만들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한 정부의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의료ㆍ시민단체들은 "병원의 사기업화를 촉진시키는 방안으로 사실상 영리병원 허용"이라고 비판하지만, 정부는 "병원들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새로운 수익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일 뿐 영리병원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타 부처가 영리병원 도입을 얘기한다면 복지부 장관으로서 절대로 막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병원 힘들다" vs "근거 불분명"

정부는 이번 정책의 배경에 대해 "병원, 특히 중소병원들의 수익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병원 폐업률이 2008년 6.6%에서 2010년 9.4%로 높아졌고, 특히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 100개의 의료이익률(진료비 수익에서 인건비를 뺀 이익을 진료비 수익으로 나눈 것)이 2009년 4.46%에서 2012년 1.77%로 급감했다는 것이 주된 근거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MRI, CT 등의 건강보험 수가가 각각 15%, 24% 인하되고 카드수수료 등이 오르면서 수입이 급격히 줄고 있다"며 "대다수 대학병원들이 교수들의 선택진료수당 삭감, 토요 진료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병원들의 경영 상태를 정확히 판단할 자료 공개부터 하라고 주장한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병원의 폐업률이 높다지만 실제 경영난 탓인지 병원을 새로 내기 위해 폐업한 것인지 등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료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인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매번 병원들이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건보료를 올려 달라고 주장해 비급여로 벌어들인 수익을 포함한 경영자료를 요구했지만 5년간 한번도 제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병원들 경영 상태가 악화했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2008년 국내 병원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병원들의 순이익률은 9.1%로, 지난해 한국 기업의 세전 순이익률(3.4%)에 비해 3배 가까이 높다. 이는 장례식장, 의료기구 판매 등 의료외 수익은 제외한 수치다. 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병상수가 2001년 4.65개에서 2011년 9.56개로 2배 가까이 늘어 비교대상 39개국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수익이 나지 않는데 이렇게 병상 수가 늘어날 리 없다고 시민단체들은 의심한다.

"의료서비스 질 높아진다"vs "국민건강 볼모 돈벌이 허용"

정부는 자회사를 통해 낸 수익을 모회사 격인 병원이 의료법인의 '고유목적'을 위해 80% 이상 쓰도록 해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진료 시설이나 장비 등 진료 환경은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자들이 병원에서 쓰는 비용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병원이 투자할 수 있는 자회사의 사업 영역을 건강보조식품, 온천, 화장품, 바이오 성과물 개발 등으로 확대하면, 약자인 환자들은 치료비를 지불하는 것에 더해 의사가 권하는 자회사의 제품을 쓰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우석균 건강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현재도 성형외과나 피부과들이 직접 개발한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병원들에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면 '피부에서 뼈까지' 몸과 관련된 상품을 패키지로 판매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병원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이 환자들이 부담하는 진료 비용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지금도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이 400만원대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할 정도로 의료상업화가 만연한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대책은 "국민건강을 볼모로 병원들이 마음대로 돈을 벌어도 된다"는 정책적 시그널이라는 게 시민단체들의 우려다.

이런 우려와 별개로 이번 대책을 영리병원과 연결짓는 일각의 비판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영리병원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 의료분야 민영화로 인한 부작용을 정부도 의식하고 있다"며 "이번 대책의 목표가 영리병원 허용이라는 주장은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건강보험 체계가 이번 대책으로 흔들릴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수익과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병원의 행태가 불신을 키웠고 그래서 이런 반발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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