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20일 1990년대 후반 3,900억원대 금융사기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진 뒤 항소심 재판 중 중국으로 도주한 변인호(56)씨를 14년 만에 임시인도 형식으로 이날 오후 국내 송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당시 징역 15년형을 받은 변씨를 7일 간 복역하게 해 형 집행 시효를 연장한 뒤 중국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다.
변씨는 1999년 경제 불황과 증시 불안을 틈타 유령회사를 세운 후 수출 신용장을 허위로 작성해 은행 등에서 3,941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변씨는 중국으로 도주 후 다른 사기 범행으로 현지 경찰에 붙잡혀 징역 12년형을 받고 이듬해부터 복역해 왔다. 검찰은 정상명 당시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지만 중국은 자국의 징역형이 끝나면 보내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 사이 변씨에 대한 형 집행 시효 만료는 2014년 3월 2일로 다가왔다. 그 이전에 국내에서 하루라도 형을 집행하지 않으면 변씨의 징역형은 면제가 된다. 법무부는 이같은 사정을 들어 중국 당국과 협의한 끝에 이번에 임시인도 방식으로 변씨를 송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내 형 일부를 집행해 시효를 연장한 뒤 중국으로 다시 보내기로 협의가 된 것이다. 임시인도는 매우 드문 일로,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는 처음으로 이뤄졌다.
일주일 간의 옥살이로 형 집행 시효가 15년 연장되는 변씨는 중국 형기가 끝나는 2018년 4월까지 현지 교도소에서 지내고 이후 국내로 돌아와 잔여 형기를 마쳐야 한다.
법무부는 변씨의 경우처럼 유죄 판결을 받고 외국으로 도망간 범죄인이 집행 시효 만료에 따라 형을 면제받는 유사 사례가 빈번하다는 지적에 따라 해외 도피 기간 중에는 형 집행 시효가 정지되도록 형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해외 도피에 따른 형 면제자는 지난해 27명이었으며 올해는 상반기에만 19명에 달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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