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부문을 심사하는 마음에는 좋은 책을 좋은 번역으로 만나고 싶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올해는 고전 번역이 다소 주춤한 대신 신간 번역이 다양한 편이나, 눈길을 사로잡는 책은 많지 않았다. 양쪽을 두루 살핀 결과 두 책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는데, 슬라보예 지젝의 과 게오르그 짐멜의 이 그것이다.
은 공들인 번역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문제점을 보였다. 제목을 원문 그대로 둔 채 '헤겔 레스토랑'과 '라캉 카페'라는 제목으로 분책했는데, 번역자의 이런 자의성이 과연 온당한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요구된다('의도적 오역'이라도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또한 이런 책의 경우 색인은 원서에 대한 예의이자 독자들에 대한 배려일 텐데, 그것을 생략한 것도 아쉬운 노릇이다.
은 스스로 일궈낸 몫이 오롯하다. 이 책이 이제야 번역되어 나왔다는 사실이 그 점을 웅변해준다. 짐멜을 전공한 학자로서의 내공에 경험과 역량을 쌓은 번역자로서의 노고가 더해진 성과로서, 학술 번역의 전범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은 물론 번역자의 성취에 대해 평가한 것이지만, 장사도 안 되는 고전 번역서를 꾸준히 펴내고 있는 출판사의 열정과 의지에 대해서도 상찬의 의견이 있었음을 보탠다.
김석희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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