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표범'이회택, '폭격기'김재한, '귀공자' 김정남, '철벽 골키퍼'이세연…. 한국 왕년의 축구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차범근(60ㆍ사진) 전 수원 삼성 감독은 1974년 서독 월드컵 예선에 함께 참가했던 국가대표팀 선배들을 20일 밤 서울 평창동 자택으로 초대해 조촐한 환갑잔치를 열었다.
차 전 감독 부인 오은미씨에 따르면 당시 대표팀 선수와 코치 가운데 연락이 닿지 않거나 이미 세상을 떠난 일부 인사를 제외한 23명이 차 전 감독의 집에 모여 저녁식사를 하면서 흘러간 세월을 돌아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차 전 감독도 이젠 축구계 원로에 해당되는 60대 줄에 접어들었지만 이 자리에선 막내로, 시종일관 깍듯한 자세로 선배들의 이야기를 주로 경청하며 분위기를 돋구었다.
1972년 이들이 주축이 된 국가대표팀은 태국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준우승한 후 말레이시아 메르데카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 여세를 몰아 73년 월드컵 지역 최종 예선전에 임했지만 호주에 0대1로 분패, 20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이 좌절됐다. 서독 월드컵은 한국 축구에 쓰라린 실패의 기록으로 남았지만, 이들이 쌓은 경험은 이후 8회 연속 본선 진출의 밑거름이 됐다.
이날 잔치에 참석한 축구계 원로 중에는 서독 월드컵 대회 당시 코치를 맡은 박경화(75)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최고령자로, 이들이 현역에서 은퇴한 후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행사는 차 전 감독의 아들 차두리(FC서울)가 모든 비용을 냈다. 평소 아버지와 허물없이 지내는 것으로 잘 알려진 그는 지난 5월 22일 차 전 감독이 환갑을 맞자 "올해 내내 환갑잔치를 열어드리겠다"며 차 전 감독을 위한 잔치를 수 차례 열었고, 이번 행사가 7개월간 이어진 환갑 잔치를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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