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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 부문, '역사평설 병자호란' 한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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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 부문, '역사평설 병자호란' 한명기

입력
2013.12.2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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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돌이켜보면 한반도처럼 대륙과 해양에 끼인 나라는 주변 강대국의 힘 관계에 변화가 생기면 백발백중 위기를 맞거나 전쟁터가 됩니다. 가장 적나라한 실례가 임진왜란이 끝난 뒤부터 병자호란 전까지 상황이지요. 조선은 일본과 명 사이에, 다시 명과 청 사이에 끼인 나라였고 변화가 소용돌이 같이 밀려오니까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 교양 부문 수상작 을 쓴 한명기(51) 명지대 교수는 "조선 후기 역사 변화의 출발점은 병자호란의 영향이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선시대 정치사ㆍ대외관계가 전공인 한 교수는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조선 중기 전쟁연구에 관심을 두어 왔다. "전쟁이야말로 한 사회의 견고함과 허술함, 인간의 온갖 악행과 살려는 본능이 드러나는 장"인 데다 "전쟁 이후 파괴의 자리에서 어떻게 사회를 재건하느냐 역시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인조반정을 시작으로 정묘ㆍ병자호란의 전 과정을 통사 형태로 재구성한 은 본심에서 다른 어떤 책보다 심사위원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30, 40년 안에 더 이상 병자호란을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다른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 거 같다"는 찬사가 나왔고, 중국의 국력이 커지고 일본의 우경화ㆍ군사 대국화 움직임이 노골화하는 상황이어서 시의성도 높다는 평을 얻었다.

한 교수는 "대중서를 쓰기 전에 그 분야의 학술 연구서를 먼저 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작업을 해왔다"며 이번 책도 "4년 전에 낸 학술서인 라는 기초 위에 새로 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2009년 한국출판문화상 학술 부문 본심 후보작에 뽑혔다. 2년에 걸친 장기 신문 연재 원고를 다시 매만져 낸 은 조선의 사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중국의 역사 기록을 뒤져 중국 쪽에서는 당시의 정세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를 자세히 소개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또 전문 역사 연구자가 자칫 무겁고 따분해지기 쉬운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읽기 좋은 교양서로 가공해 담아낼 수 있는가 하는 모범을 보여주는 작업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책은 첫 장부터 '1675년 봄 만주 벌판을 달려온 사내가 압록강의 중강에 도착했다'며 독자를 흡입한 뒤 간결하고 빠른 필치로 박진감 있게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 그는 "석사 논문을 쓴 뒤부터 논문도 짧은 문장으로 쓴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연재 때도 신문사에서 문장을 고치자고 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큰 전쟁을 겪고 난 뒤에는 반성이 있어야 하는데 어어 하다가 또 다른 전쟁을 만난" 병자호란이 던지는 역사적인 메시지를 이렇게 정리한다. "끼인 처지에서는 우선 외교를 잘 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근본적으로 국력을 길러야 하고 그를 위한 개혁 구상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

'7년 된 병에 3년 묵은 쑥을 구한다'는 맹자의 구절을 인용하며 그는 말했다. "한 달 묵은 쑥도 없는데 3년 묵은 쑥을 어디서 구하느냐고 절망해서는 안 됩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당장 나가서 뜯어와 하루 지나면 하루 묵은 쑥이고 3년 지나면 3년 묵은 쑥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대외 변화를 감안한 개혁 구상을 차일피일 미루고 내부 문제 해결에 세월 보내는 정권이 반복되는 게 아쉽습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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