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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학술) 부문, '실크로드 사전' 정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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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학술) 부문, '실크로드 사전' 정수일

입력
2013.12.2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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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를 저는 오아시스로를 따라 유라시아 대륙을 오간 교역길이라는 협의의 개념으로 보지 않습니다. 초원로, 바닷길까지 포괄한 문명 교류의 길입니다. '실크로드학(silkroadology)'은 이런 문명 교류의 지난 역사를 되짚어 미래 보편문명의 대안을 제시하는 작업까지 포괄합니다."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 학술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창비 발행)의 저자 정수일(79)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은 이 책을 자신이 창안한 실크로드학의 기초 자료로 자리매김한다. 20대 베이징대학 유학 시절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면서 문명 연구에 눈을 뜬 그는 카이로대학으로 옮겨 공부를 계속하면서 문명 교류와 소통 그리고 융화의 루트로서 실크로드에 착안을 한다.

그때부터 시작된 작업은 국내에 들어와 단국대 교수를 지내다 간첩죄로 투옥돼 풀려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문명교류사와 실크로드 연구로 꾸준히 결실을 내고 있다. 은 이미 같은 여러 관련서를 내놓은 그가 처음으로 선보인 사전(事典)이다.

본심 위원들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그의 실크로드 연구 업적과 함께 이 책이 해외 다른 관련 사전과 어깨를 겨뤄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실크로드라는 말을 만든 것은 독일 지리학자 리히터호펜이지만 20세기 동안 연구가 가장 활발하고 충실했던 곳은 일본. 그 일본에서 나온 실크로드 사전도 표제어 192개 정도를 담은 정도가 고작이다. 공간적으로 실크로드의 주요 무대라고 할 수 있는 중국도 사전을 내긴 했지만 범위를 중국내 로 한정한 데다 말뜻을 풀이한 사전(辭典)의 형태였다.

정 소장의 책은 실크로드 관련 표제어 974개를 담아 이들 책보다 우선 분량이 방대한 데다 내용을 상세하게 정리하고 개념 풀이까지 곁들여 해설도 입체적이다. 중국학자들이 도외시하고 있고 일본학자들도 이제서야 서서히 실크로도 개념에 뭉뚱그려 이해하려고 하는 정도인 '해로' 같은 어휘는 소책자가 될 19쪽 정도 분량으로 충실하게 설명하는 식이다.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포함돼 경북도의 지원을 받은 이 책은 실크로드의 동쪽 끝을 흔히 아는 중국 시안(西安)이 아니라 경주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까지 확장한 대목도 눈에 띈다. 그는 "일본의 세계적인 고미술사학자 요시미쓰 쓰네오가 이미 라는 책에서 밝힌 대로 로마의 유리그릇들이 경주에서 출토돼 동서 교류가 천 년을 넘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소장의 이번 수상은 2001년 로 번역상(당시 한국백상출판문화상)을 받은 데 이어 두 번째 수상이라는 의미도 크다. 그는 "을 더 발전시켜 남미와 아프리카까지 포괄한 전세계 문명 교류 역사까지 포괄하는 으로 확장하는 작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문명학 연구는 지난해 진행한 남미 답사 결과를 반영해 내년에 낼 바닷길 문명 교류를 담은 책과 이어질 아프리카 현지 답사 등으로 나이를 잊은 듯 열정적으로 계속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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