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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심사평,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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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심사평,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역작

입력
2013.12.2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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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같은 사전은 한 개인의 노력으로 쉽게 완성될 수 없다. 동서양의 문명교류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용어와 개념을 정리한 노작이기 때문이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모으더라도 단기간에 완성되기 곤란한 것이다. 그러나 정수일은 홀로 대업을 이루었다. 그의 탁월한 언어 능력과 남다른 학문적 열정 덕분에 희귀 사전 하나가 우리말로 완성되었다. 아랍어, 페르시아어, 말레이어, 중국어, 일본어 등 10여 개 언어에 정통한 그가 아니고서는 실크로드의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 일본 또는 서양에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아직 이러한 사전이 나오지 못했는데, 단기필마나 다름없는 한국인이 이런 대작을 완성하였다는 사실, 그 자체가 하나의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사전을 과연 학술 저작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그 대답은 이 사전이 한낱 문헌 조사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편저자는 실크로드 길을 직접 답사해가며 많은 사실을 새롭게 밝혔다. 자신의 독자적인 연구를 토대로 하여 정설로 굳어진 몇몇 주장들을 극복하기도 하였다. 통설을 뒤집고 그는 실크로드의 동쪽 끝을 경주로 자리매김하였다. 또한 과 을 비롯한 우리 옛 문헌을 꼼꼼히 뒤적여 새로움을 더하였다. 항목에 따라서는 균형을 잃은 곳이 있고, 사전의 특성상 지식의 체계화가 부족한 점은 있다. 하지만 이 사전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역작이다.

본선에 오른 다른 몇 권의 책들에 관해서도 심사위원들은 호평을 아끼지 않았음을 적어둔다.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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