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을 끝으로 관세화 유예 기간이 종료되고, 2015년 시장 개방이 이뤄지더라도 우리 나라가 국내 쌀 시장을 충분히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도 이런 판단에 따라 이미 내부적으로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개방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는 20일 내놓은 '쌀 산업 중장기 발전방안'자료에서 쌀이 관세화를 통해 개방 되더라도 수입산 쌀 가격이 국산보다 높아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2015년 이후에는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7년 국산의 30% 수준에 머물던 국제 쌀 가격이 최근 3년간 53% 수준까지 높아진 덕분에, 시장을 개방해도 300~400% 가량의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쌀의 가격경쟁력이 충분히 유지된다는 것이다.
KREI는 쌀의 국제가격이 현재보다 35% 하락하고 원ㆍ달러 환율이 960원대로 하락하는 등 최악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전제로 향후 5년간의 수입 및 국내 쌀의 가격을 전망했는데, 이 경우에도 수입쌀은 80㎏ 가마당 21만원으로 국내산(16만원/80㎏)보다 가마당 5만원 이상 비싼 것으로 추정됐다. KREI는 또 우리 보다 앞서 개방한 일본(1999년)과 대만(2003년)도 저율관세(TRQ)가 적용되는 소량의 수입물량을 제외하면 외국 쌀의 수입 실적이 미미하다고 소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도 개방 방침을 정하고 구체 방안을 모색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세화 유예를 조건으로 의무 수입하는 쌀의 물량이 내년에는 국내 수요량의 10%를 넘어서는데다가, 유예 조치를 추가로 연장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2015년 쌀 시장 개방은 사실상 확정된 정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농 신수미 정책국장은 "정부는 2014년 수준(40만톤 가량을 의무 수입하고 개방하지 않는 방법)에서 시장을 지키는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는 고율 관세가 적용된다고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이 양자 무역협정 체결 과정에서 저율 관세를 강하게 압박할 경우 이를 버텨내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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