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설득력이 떨어지는 내용으로 '엽기 드라마'라는 오명을 쓴 MBC 일일극 '오로라 공주'가 20일 150부작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5월 20일 첫 방송 이후 배우들의 이유 없는 하차, 개연성 없는 줄거리, 공감하기 힘든 캐릭터 등으로 7개월 방영 내내 시청자와 네티즌의 질타를 받았다.
그럼에도 19일 방송에선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마지막 뒷심을 보여줬다. 그런데 그 뒷심이란 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참으로 처량맞다. 18일 방송에서는 최근 입소문으로 사망설이 퍼졌던 주인공 황마마(오창석 분)를 보란 듯이 어이없는 교통사고로 처리했고, 그의 누나 황시몽(김보연 분)이 손목을 그어 자살 시도를 했음을 짐작케 하는 자극적인 영상이 전파를 탔다. 19일은 오로라(전소민 분)가 낳은 아들이 황마마의 아이라고 의심하는 황시몽이 친자 확인 소송을 낼 거라 으름장을 놓고, 오로라의 시댁까지 찾아가 아이를 납치하려는 등 경악을 금치 못할 장면이 이어졌다. 단지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도가 지나친 수준이었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임성한 작가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극 초반부터 오로라의 아버지 오대산(변희봉 분)을 교통사고로 죽이더니 귀신으로 종종 등장시켜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그 뒤 배우의 중도 하차가 줄을 이었다. 오로라의 오빠로 출연한 박영규, 손창민, 오대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미국 이민 길에 오르며 사라졌다. 그들의 부인 역 배우 이상숙, 이아현, 이현경도 마찬가지였다.
이 드라마에서 이처럼 느닷없이 하차하거나 어처구니 없이 죽은 인물은 12명이나 된다. 더 황당한 건 그 죽음들에 개연성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유체 이탈에 놀라 심장마비로 사망한 왕여옥(임예진 분), 사람은 아니지만 주연급으로 출연했던 말라뮤트 떡대의 돌연사 등 어느 하나 납득할 만한 상황이 없다. 황마마의 죽음을 놓고 임 작가와 배우 오창석의 불화설이 나돌았을 정도다.
말기암 환자인 설설희(서하준 분)를 간호하기 위해 오로라의 전 남편인 황마마가 한 집에 사는 모습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휠체어를 탄 설설희가 가수 클론의 '쿵따리 샤바라'를 부르며 춤추는 장면은 해당 가수를 비하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극한 상황에서 등장하는 함묵증, 불어 등 외국어 대사, 점을 보는 장면 등은 임 작가의 주된 레퍼토리로 꼽힌다.
임 작가의 드라마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MBC '보고 또 보고'(1998)는 겹사돈의 이야기였고, MBC '인어아가씨'(2002)는 조강지처를 버린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복 자매의 남자를 빼앗아 결혼하는 설정이었으며, MBC '아현동 마님'(2007)은 흔치 않은 띠동갑 커플 검사를 그렸고, SBS '하늘이시여'(2005)는 버린 딸을 며느리로 들이는 등 정상에서 벗어난 설정이 반복됐다. 현대판 기생이 존재한다는 설정으로 온갖 비난을 받았던 SBS '신기생뎐'(2011)에서 극중 아수라(임혁 분)가 귀신에 씌워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장면 등은 지금도 도마에 오르는 '명장면'이다.
막장이란 욕이 무색하게 임 작가의 작품은 기본 시청률을 유지하며 연장 방송까지도 쥐락펴락 한다. '오로라 공주'는 MBC가 방영하는 드라마 중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최근에는 임 작가가 차기작을 계약했다는 보도가 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임 작가의 드라마는 항상 논란을 일으키지만 시청률을 보장하기 때문에 방송사가 선호한다"며 "시청률 지상주의가 부른 참혹한 일면"이라고 지적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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