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은 학교 안에만 갇힌 존재가 아닙니다. 2008년 촛불집회에도 중고생들이 나섰고, 학생인권 문제 등에서 학생들은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 체험을 글로 묶어 아이들의 생각이나 참여의 범위가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겁니다."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작 를 만든 '교육공동체 벗'의 편집자 설원민(32)씨는 청소년들의 진솔한 체험을 담은 글들에는 "제도권 교육을 받은 교사들을 넘어서는 논리나 감성이 살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는 여러 일을 계기로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나 청년 17명의 체험담을 모은 책이다. 밀양 송전탑 건설, 쌍용차 해직 노동자, 강정 해군기지 등 현재진행형인 사회 이슈는 물론이고 학생인권조례 문제, 청소년 선거권 제한, 대학 입시 등 청소년 자신과 교육 문제를 다룬 글들이다. 본심에서는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들의 사회 활동에 관심을 둔 편집진의 기획력이 높이 평가 받았다.
기획의 시작은 교육협동조합인 교육공동체 벗이 내는 격월간지 에 밀양 송전탑 반대와 대입 거부 운동 같은 청소년들의 글 몇 편이 실린 것이었다. 단행본 출판팀에서 이 글을 더 확장해 청소년들의 글을 모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편집위원인 이계삼 밀성고 교사나 인권단체, 청소년단체를 통해 그런 체험을 써줄 만한 청소년들을 소개 받았다.
"청소년들이라고 사회를 외면하고 학교라는 울타리에서만 지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얼마 뒤 학교를 졸업하면 자신들이 살아가야 할 사회가 어떤 곳인지, 불합리하고 잘못된 부분은 무엇이 있는지를 알았으면 했고, 그것을 안 뒤에는 꼭 집회나 시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거기에 대한 생각들을 학교 동아리에서 나눈다든지 하기를 바랐던 거죠."
하지만 섭외된 필자 중에는 이런 유형의 글을 처음 써보는 경우도 있어 편집에는 꽤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 경우에는 자신의 경험을 일기라도 쓰듯 꼼꼼하게 기록해서 보내달라고 한 뒤 그 중 좋은 이야기로 만들 부분을 골라서 그 부분에 대한 다른 친구, 교사, 부모들의 경험이나 의견도 들어서 내용을 보충하도록 추가 작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래서 편집을 마무리하는 데 "거의 1년 가까이 걸렸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필자인 청소년들 스스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책을 읽어 본 이들 중에는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고백하는 교사도 있었고 "신선한 충격이었다"는 또래 학생들도 있었다고 한다.
설씨는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까지 하는 이런 청소년들이 아직 소수"이지만 "학생인권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아수나로' 같은 청소년단체는 전국망을 갖출 정도"라며 이런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책을 보면서 청소년들이 그런 방향으로 자기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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