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한국일보 편집국에서 진행된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본심은 지난 1년 동안 국내에서 출판된 단행본 서적의 역량을 되짚어보는 자리였다. 심사위원들은 ▦저술 학술 ▦저술 교양 ▦번역 ▦편집 ▦어린이ㆍ청소년 등 5개 부문 심사 과정에서 전반적인 출판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저술 교양 부문과 그림책, 동화 등 어린이ㆍ청소년 단행본 수준에서 눈에 띄는 책들이 많이 나왔다는 점을 확인했다.
심사는 어린이ㆍ청소년 부문부터 시작했다. 수작들이 많아 예심 단계에서 이미 다른 부문(10종)보다 많은 12종의 책이 추천된 이 부문에서는 후보작으로 올라 온 같은 그림책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좋은 그림책이긴 하지만 정작 그림책의 주 독자인 아이들이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선이 있었는가 하면 "그림책이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며 "그림책 독자를 확장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동화 중 같은 경우는 "전반적으로 스토리가 너무 착하고 순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수상작은 "문제작을 많이 쓰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과 주제의식을 갖추고 가능성도 엿보이는" 송미경 작가의 로 정했다.
편집 부문 심사에서는 "요즘 책들은 전문적인 학술 서적이 아니면 주를 안 달더라"라는 책 편집의 기본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한 심사위원은 "주를 너무 많이 달면 독자들이 불편해한다는 것이 출판사들의 흔한 주장이지만 책은 온전한 근거와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역할이자 책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경우 편집은 평가할 만하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인덱스가 없다는 점이 "치명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수상작으로는 고서들을 창의적으로 편집한 이 뽑혔다. 는 "책의 만듦새가 너무 떨어진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지금까지 편집 부문 수상작이 디자인에 치중했지 편집 의도나 책의 시대적인 의의 같은 기획성은 별로 고려가 안 됐다"며 같이 수상작에 올랐다.
번역 부문 심사에서는 "번역의 질도 중요하지만 왜 저 책을 번역했느냐도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 심사위원들이 과 를 우선 꼽았다. 그 중에서 "매우 번역하기 어려운 책"이라는 게오르그 짐멜의 이 "올해 최고의 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수상작이 됐다.
역사, 과학, 사회, 교육 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경합한 저술 교양 부문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은 일찌감치 이 수상작으로 아깝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대중이 소화할 만한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평가할 만하고 동아시아 맥락에서 과거와 현재를 중첩해 본 데다 학문적이면서 교양적인 요소가 풍부한 의미 있는 저술이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진짜 어메이징하게 봤다"고 소감을 말하는 심사위원이 있을 정도로 과학만화 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어 공동 수상으로 결정했다.
마지막 심사였던 저술 학술 부문에서는 얼른 눈에 띄는 책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을 학술서로 상까지 줄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었지만 "굉장한 노작"임에 틀림없는 데다 "이 저자(정수일)가 아니면 해낼 사람이 없는 작업"이라는 점이 평가 받아 수상작이 됐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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